내용요약 숙환으로 별세…향년 80세
기술수출로 K-제약·바이오 초석 마련
본격 2세 시대…장남 임종윤 사장 유력
유족 "조문·조화 정중히 사양"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2일 새벽 숙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0세. /한미약품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K-제약·바이오'의 초석을 놓은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2일 새벽 숙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0세.

고(故) 임성기 회장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을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해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을 글로벌 무대에 등판시킨 인물이다. 그의 갑작스런 비보에 업계 안팎에서는 "산업계에 큰 별이 졌다"고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임 회장은 1940년 3월 경기 김포 출생으로 중앙대 약대를 졸업한 후 1967년 서울 동대문에 '임성기약국'을 차려 제약업을 시작했다.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해 '한국형 R&D 전략을 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48년간 회사를 이끌며 매출 1조원대 회사로 키웠다.

임 회장은 평소 "어려울 때 허리띠를 졸라매며 R&D 투자를 가능케 한 임직원들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고 싶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경영해왔다.

임 회장은 업계 최초로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해외에 대규모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는 등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에 다양한 기록을 일궈냈다.

지난 2004년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의 성분을 개량한 '아모디핀'을 출시했다. 이 약은 연간 5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등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이뤘다. 제네릭(복제약)이나 신약이 아니라도 ‘캐시카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제공

거인 임성기 회장, 국내 시장 넘어 세계 무대로

임 회장은 의약품 기술수출의 포문을 열어 국내 기업도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한미약품은 1989년 로슈에 세프트리악손 제조기술을 600만달러(약 71억4600만원)에 기술수출했다. 국내 제약업계 최초의 기술수출이었다. 이때부터 임 회장은 "제대로 된 신약만 만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해볼 만하다"며 임직원을 독려했다.

이어 2009년 신약과 복합제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정, 연매출의 약 20%가량을 R&D에 투자했다. 사실상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유물이던 항암제와 면역질환 치료제 등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것이었다.

임 회장은 당시 한 대학 특강에서 "돈은 부족하지만 우수한 머리와 열정, 독함은 한국이 최고"라며 "2030년 쯤이면 로슈, 노바티스와 같은 걸출한 제약사가 있는 스위스처럼 한국이 아시아의 스위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선견지명은 적중했다. 2011년 미국 아테넥스에 3개의 항암제 후보물질을 약 487억원에 기술수출했다. 그리고 2015년 한 해에만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에 연이어 초대형 신약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이른바 '잭팟'을 터트렸다. 현재까지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은 총 10건, 계약 규모는 8조643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 계약의 일부가 파기되기 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기술력을 세계무대로 끌어올리는 초석이 됐다"고 진단했다.

임 회장이 R&D뿐 아니라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만이 아니었다. 38년째 이어온 ‘사랑의 헌혈’ 캠페인은 현재 7322명의 임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문화 가정을 후원하거나 장애아동 예술교육에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 장남 임종윤(왼쪽)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CIO. /한미약품 제공

그룹 후계, 장남 임종윤 사장이 이끌듯

한미약품그룹의 후계는 임 회장의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이 이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임 사장은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됐으며, 현재 그룹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룹의 지배구조도 안정적이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주력 계열사 한미약품의 지분 41.4%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또한 한미사이언스는 임 회장 및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66.45%에 달하고, 임 회장 34.27%, 장남 임 사장 3.65%,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인적자원개발(HRD) 부사장 3.55%, 임종훈 최고투자책임자(CIO, 부사장) 3.14% 순이다.

한편 임 회장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른다. 빈소는 미정이며, 발인은 6일이다. 유족 측은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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