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수원월드컵경기장 유관중 첫 경기 현장은 ‘활기’
수원 삼성과 대구FC의 K리그1 14라운드 경기가 열린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이상빈 기자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빅버드’ 수원월드컵경기장은 프로축구 K리그1(1부) 수원 삼성의 홈구장으로 쓰인다. 월드컵 규격에 맞게 지어져 4만3164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경기장이다. K리그1, K리그(2부) 통틀어 가장 열광적인 서포터즈 ‘그랑블루’의 터전으로서 사랑받아 왔다. ‘빅버드’ 서포터즈석에 앉은 ‘그랑블루’는 무서울 게 없다. 홈팀엔 박수와 환호, 원정팀엔 무지막지한 야유를 퍼붓는다. 특히 원정팀 선수의 반칙성 플레이가 나온다면 강도가 더욱 올라간다. 이곳이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는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빅버드’는 5월 2020 하나원큐 K리그1 개막 이후 3개월 가까이 관중에 개방되지 않았다. 익숙하게 경기장을 가득 메우던 팬들의 응원이 사라지자 수원 선수들도 힘을 얻지 못했다. 13라운드까지 7차례 홈경기에서 1승 2무 4패 하는 부진한 성적을 남겼다. 홈경기 최대 승점 21 중 4분의 1 수준인 5만 건졌다. 답답함이 이어지던 찰나 지난달 말 정부가 프로스포츠 제한적 관중 입장을 허용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지난달 27일 경기장 수용 인원 10%만 받는 유관중 전환을 이달 1일과 2일 이틀간 경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마침내 ‘빅버드’에도 관중이 들어올 판이 깔렸다.

그 역사적인 경기가 2일 현실로 벌어졌다. 수원과 대구FC의 K리그1 14라운드 맞대결이 ‘빅버드’에서 열렸다. 이날 최대 4000명 이상 받을 수 있는 ‘빅버드’에 운집한 관중은 총 1577명. 관중은 경기장 4면 중 원정석을 제외한 3면에 전후좌우 두 칸씩 띄어 앉았다. 입장 가능 인원의 절반도 들어오지 않았지만 이들이 내뿜는 열기는 과거 ‘빅버드’와 비교해 전혀 밀릴 게 없었다. 비말 감염 위험 때문에 응원 소리만 적었을 뿐 홈팀 선수들을 향한 박수와 원정팀 선수들을 압박하는 야유는 오히려 더 거셌다. 마치 3개월 동안 쌓인 울분을 털어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쳤다. ‘빅버드’가 마침내 제 색깔을 찾은 것이다.

수원 삼성과 대구FC의 K리그1 14라운드 경기가 열린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이상빈 기자

‘빅버드’의 올 시즌 첫 유관중 경기를 축하하듯 이날 양 팀 선발 라인업엔 K리그1을 대표하는 클래식 스타가 이름을 올렸다. 수원에선 ‘왼발의 달인’ 염기훈(37), 대구에선 K리그 외국인 최다골 주인공 데얀(39)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여기에 각각 수원과 대구의 ‘에이스’로 활약 중인 두 외국인 선수 아담 타가트(27), 세징야(31)도 출전해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리그 대표 스타 선수가 총출동하고 관중 1577명이 함께 호흡하자 ‘빅버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다를 게 없는 멋진 풍경을 선사했다.

3개월 만에 홈팬과 함께한 경기에서 홈팀 수원은 아쉽게 승리하지 못했다. 후반 42분 대구 외국인 공격수 에드가(33)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패했다. 전반 34분 대구 미드필더 김선민(29)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까지 가져갔으나 골 결정력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경기 뒤 주승진 수원 감독대행은 "처음으로 팬들이 와서 응원했지만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쉽다. 기회를 많이 만든 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10명으로 싸우고도 귀중한 원정 승리를 낚은 이병근 대구 감독대행은 "어려운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원은 승점 13으로 10위, 대구는 승점 25로 3위에 마크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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