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세계속의 한의학…바둑을 통해 알릴 수 있어
"바둑을 통한 민간 교류 활성화 중요해"…유소년 바둑대회, 바둑 성장 동력될 것

[한스경제=마재완 기자] “바둑에는 인생의 교훈이 있고 수천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서효석 편강한의원장에게 바둑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글로벌 한의학 보급을 위한 첨병이다. 인생과 역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의학을 녹여내는 그의 행보에는 한의학에 대한 오롯한 헌신이 묻어났다.

서 원장은 최근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K바이오, 특히 전통 한의학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다채로운 강연과 독보적인 치료법으로 한의학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서 원장은 바둑을 통해 글로벌 한의학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바둑 역사가 깊은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국가가 해결키 어려운 부분에 대한 ‘화합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둑을 통한 민간 교류 확대가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에 대한 해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고요하지만 무엇보다 치열한 흑백의 전장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서 원장의 뚝심을 닮아 시대정신까지 담아내고 있다. 한스경제는 지난달 30일 서효석 편강한의원장을 만나 바둑과 한의학의 세계화 전망,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서효석 편강한의원장은 바둑을 통한 한의학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바둑, 운명이 숙명으로

서 원장은 1946년생으로 올해 75세다. 1972년 경희대학교 한의학 학사과정을 마치고 ‘서 한의원’을 개원, 지금까지 한의사 외길 인생을 살아온 한국 한의학의 살아있는 ‘역사’다.

대한한의사협회 등에서 한의학 발전을 위해 힘써왔으며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이사를 지내는 등 공중보전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창호 9단 등 유수의 인물들과 함께 한국기원 이사직을 수행하면서 바둑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서 원장이 바둑을 접한 것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한참 뒤의 일이다. 운명처럼 바둑을 접하게 됐지만, 이제는 사명감을 갖고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서 원장은 “처음 한의원을 개원했을 때 단골손님 중에 세미프로 기사가 한 분 계셨다”며 “그 분과 6점(돌 6개를 먼저 놓고 두는 바둑)을 시작으로 바둑과의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됐다”고 바둑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희수(喜壽)를 앞둔 서 원장은 정정한 목소리로, 기력이 닿는 데까지 바둑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호언했다.

실제 서 원장은 평소 바둑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것으로 유명하다. 편강한의원을 통해 매년 개최해온 바둑대회는 이런 서 원장의 바둑사랑을 방증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바둑대회 개최가 어려워지면서 자체 바둑팀 ‘구전녹용’을 창단하는 등 바둑계에 대한 식지않는 애정을 보이고 있다.

서 원장은 “모두가 합심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해야 하는 만큼, 올해 바둑대회 개최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러면서 올해 내가 바둑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본 결과, 바둑팀을 만들어 한국 바둑의 미래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팀 창단 계기를 설명했다. 해당 팀은 현재 시니어 무대에서 쟁쟁한 팀들을 꺾으며 연승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오는 8일 경기도 포천에서 열리는 ‘2020 포천시장배 평화 유소년 바둑대회’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서 원장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며 대회 성공을 기원하기도 했다.

 

개인과 사회에 바둑이란

서 원장은 바둑에 대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고 말한다. 개인적, 사회적 측면에서 두루 살피면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굉장하다는 것이다.

서 원장은 “개인적으로 고민이 깊고 마음이 불편할 때 집중해서 바둑을 둔다”며 “마치고 나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민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 이어 나머지 어려움도 금방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개인 내면 수양의 수단으로 바둑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국회의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조훈현 9단도 개인 수양과 바둑 실력 되찾기를 위해 내달부터 청소년 국가대표와 대국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둑계의 전설로 불리는 조 전 의원도 바둑이 갖는 심신수양 기능을 십분 활용하는 셈.

‘한의학자’이기도 한 서 원장은 “요즘 바둑은 컴퓨터 게임 등 자극적인 요소에 밀려 주춤하는 것 같다”며 “청소년이 건전한 오락인 바둑을 통해 보다 진취적으로 발전적인 사고를 함양할 수 있고, 이는 사회의 원동력이 될 청소년에게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바둑이 가진 '소통의 힘'을 강조했다.

 

놀이 이상의 가치 내포하고 있어

서 원장은 민간교류 수단으로 바둑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특히 바둑 역사가 긴 중국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상당수 문제를, 바둑을 통해서도 조율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는 “국가끼리 갈등하는 문제들은 사실상 표면적으로 해결하기 애매한 것들이 참 많다”며 “이런 경우 민간 대 민간의 친밀함을 이어가면서 실질적인 문제 당사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히려 문제는 순조롭게 해결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몇년 전 한·중 사이에서 불거졌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언급했다.

서 원장은 “사드 배치 문제도 사실상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만 굉장히 난처해진 상황이다”라며 “이렇게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을 바둑 등 민간교류 활성화로 천천히 풀어나갈 수 있다”고 소신을 내비쳤다.

서 원장은 바둑을 통한 민간교류 활성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산둥성(山東省) 웨이하이시(威海市)에서 ‘2019 편강배 한·중 바둑국수 초청전’을 개최한 것. 바둑과 한의학의 연계를 도모하는 서 원장은 한국과 중국의 전통 강호들을 한데 모아 바둑을 통한 민간교류 새 지평을 열었다.

한국에서는 이창호, 서봉수, 유창혁 등 여러 프로기사가 참여했으며 중국의 마샤오춘, 창하오, 구리 등 쟁쟁한 상대들이 대거 호응했다. 서 원장은 개인 사재를 상금으로 내놓으며 바둑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서 원장은 “원래 편강한의원은 인터넷을 통해 매년 바둑대회를 열어왔다”며 “세계적 강자인 중국 ‘커제(柯潔)’와 농심배 바둑대회에서 7연승 신화를 만든 판팅위(范廷鈺) 등을 배출한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인공지능이 발달하며 부정행위가 우려가 커져 지난 대회부터는 오프라인 대회로 개최해 왔다”며 “이번에 포천시에서 개최되는 평화유소년바둑대회는 엄격한 통제 하에 온라인 대국으로 진행되는 만큼 비대면 바둑대회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해당 대회는 ‘사이버오로’ 플랫폼을 이용해 온라인 대국으로 진행된다. 중국 현지 대회장에 사이버오로에서 파견되는 심판이 참관해 대회가 진행되기때문에 공정한 경기 진행이 가능하다. 향후 ‘포스트코로나’ 시대 유소년 바둑대회의 포문을 연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유소년 바둑대회, 신(新) 성장 동력돼야

서 원장은 유소년을 ‘떠오르는 해’에 비유했다. 한국 바둑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바둑은 개인 심신수양은 물론 국가, 사회적 차원에서도 유능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며 “유소년 바둑대회는 향후 대한민국 바둑의 희망을 심는 ‘모내기’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유소년 바둑대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특히 유소년 바둑대회는 점차 기운을 잃어가는 세계 바둑계를 위해서도 부흥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포천시와 한국을 넘어 한·중·일 유소년 바둑대회를 개최해 국제대회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지난 3월 열린 ‘2020 포천시장배 평화유소년바둑대회“ 업무협약식에도 직접 참석해 유소년 바둑대회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도약하는 한의학, 소통이 중요해

최근 주목받는 K-바이오를 통해 서 원장은 한의학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특히 바둑과 연계해 중국과의 교류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의학을 널리 알리는 방법의 일환으로 중국 시장을 활용하겠다는 것.

그러면서 추궈홍(邱國洪) 전 주한중국대사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서 원장은 “추 대사가 지난해 임기를 마치고 중국으로 귀국하기 전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다”며 “‘화타’와 쌍벽을 이루는 중국의 전설적인 명의 ‘편작’과 자신의 연관성을 언급하자 추 대사가 굉장히 놀라워하며 한의학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편작(扁鵲)은 중국 최초의 시인이자, 고대의 전설적인 명의 또는 동양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에 태어나 죽은 사람도 살려낼 정도로 의술이 뛰어나 사람들이 그에게 ‘신의(神醫)’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후대에도 의성(醫聖) 화타와 더불어 동양 최고의 명의로 칭송받고 있다.

서 원장은 그의 아호를 뜻으로 풀어 설명한다. “편작의 본명은 진월인(秦越人)이지만, 그의 호 편작(扁鵲)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여기서 ‘편(扁)’은 편도선을 나타내고, ‘작(鵲)’은 까치를 나타내는데, 까치는 희소식을 전하는 길조이다. 그렇다면 편도선(扁)과 기쁜 소식(鵲)의 합성어인 편작(扁鵲)은 말 그대로 ‘편도선에 관한 기쁜 소식을 알린다.’ 즉, 편도선이 인체 건강의 열쇠임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서 원장은 "편작은 이렇듯 편도선에 기쁜 소식이 있음을 자신의 아호에 담아 후세에 전했다. 편작이 남긴 비결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이 편강(扁康)한의원"이라고 강조한다.

서 원장도 편도선과 폐기능 강화를 통한 질병 예방을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호흡기는 생명과 활력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서 원장은 "자체 개발한 편강탕은 편도선을 건강하게 하는 특효의 비법"이라며 "편도선뿐 아니라 기관지와 폐질환을 치료하는 약이며, 편도선염과 비염· 천식, 나아가 아토피에도 뛰어난 약효를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고대의 명의가 낸 숙제를 본인이 조금은 해결했다는 것. 서 원장이 한의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노련함과 뚝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서 원장은 “가볍고 부담없는 소통은 교류의 장을 확대할 수 있다”며 “이전부터 강연회 등을 통해 한의학을 알리고 있는 만큼, 향후 바둑과 한의학을 함께 알릴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 서 원장은 최근 ‘편강한의원’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다양한 시청자를 상대로 한의학 지식과 여러 가지 질병 예방법 등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대한 예방법으로 자가면역력 강화를 주장하며 이와 관련한 정보 제공에도 힘쓰고 있다.

서 원장은 “아직 구독자가 수백명에 불과하다”며 “향후 더 많은 사람들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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