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공인구.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를 딛고 개막한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2일까지 정규리그 720경기 중 362경기(약 50.3%)를 치렀다. 10개 구단 모두 7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키움 히어로즈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75경기를 치렀고, 우천 취소가 많았던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는 가장 적은 70경기를 치렀다. 10개 구단은 올스타 휴식기 없이 후반부에 돌입한다. 

지난 해는 최근 몇 년 동안 KBO리그를 강타한 ‘타고투저’의 흐름이 바뀐 시즌이었다. KBO 사무국은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수년째 기승을 부린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하고자 반발계수를 일본프로야구 수준으로 낮춘 새 공을 지난 시즌부터 사용했다.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2018시즌 총 1756개에 다다랐던 홈런 수는 2019시즌 1014개로 뚝 떨어지며 42%나 줄어들었다. 타고투저가 극에 달했던 2018시즌엔 4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가 5명에 불과했만, 2019시즌엔 단 한 명도 없었다. 30홈런 타자도 홈런 1위에 오른 박병호(34ㆍ키움 히어로즈)가 유일했다. ‘투고타저’ 시대가 다시 시작된 듯했다.

그러나 반발력을 낮춘 공인구에 적응한 타자들은 리그 흐름을 한 시즌 만에 투고타저에서 타고투저로 돌려놨다. 공인구 반발계수가 그대로여서 투타 수치가 지난해와 비슷해야 정상이지만, 다시 타자들의 강세가 뚜렷해졌다. ‘날지 않는 공인구’에 대한 타자들의 적응력이 높아졌고, 기술적인 대처가 향상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년보다 빡빡한 일정이 상대적으로 타자보다 투수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경기 수(2019년 364경기, 2020년 362경기)로 2019년과 2020년 투타 기록을 살펴보면, 홈런은 지난해 526개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718개가 타져 무려 36.5%나 급증했다. 경기당 홈런도 1.44개에서 1.98개로 37.5% 증가했다. 

팀 타율은 0.267에서 0.275로 올랐고, 득점도 3394에서 3803으로 상승했다. 안타는 6694개에서 5878개로, 2루타는 1177개에서 1214개로 껑충 뛰었다. 타자들의 출루율도 0.341에서 0.347로 올랐고, 장타율은 0.387에서 0.417로 치솟았다. 장타가 늘어나자 ‘발 야구’는 줄어들었다. 도루는 501개에서 456개로 감소했다.

반면, 리그 평균자책점(ERA)은 4.25에서 4.87로 크게 올랐다. 3일 오전까지 두산 베어스(ERA 5.03), KT 위즈(5.10), SK 와이번스(5.45), 한화 이글스(5.45) 4팀이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팀은 단 하나도 없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안타와 홈런이 많이 나오고 점수도 많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경기 시간은 지난해보다 단축됐다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정규이닝 기준으로 평균 경기시간은 지난해 3시간 10분에서 올해 3시간 9분으로 1분이 줄었다고 밝혔다. 연장전을 포함해도 지난해 3시간 15분에서 올해는 3시간 9분으로 집계된다. 무관중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의 게임 진행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BO는 올해 ‘스피드업’을 위해 비디오 판독 시간을 5분에서 3분으로 단축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비디오 판독 평균 소요시간은 지난해 1분 2초에서 1분 7초로 조금 늘었다. KBO 관계자는 “정확도가 높아진 대신 신중하게 판독하다 보니 시간이 조금 길어진 것 아닌가 싶다”라고 밝혔다.

타고투저 바람이 다시 불면서 타자들의 후반기 개인 타이틀 싸움도 치열해졌다. KT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0)는 타격(타율 0.389), 홈런(26개), 타점(68), 안타(110), 장타율(0.760), 출루율(0.446) 부문에서 1위를 질주해 2010년 이대호(38ㆍ롯데) 이후 10년 만의 타격 7관왕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50홈런 고지를 정복할 것으로 보인다.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32ㆍ두산)는 로하스와 함께 동반 200안타 달성을 노리고 있다.

투수 부문 타이틀 다툼은 더 뜨겁다.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후 왼손 첫 트리플 크라운을 넘보고 있는 구창모(23ㆍNC 다이노스)가 평균자책점 1위(1.55)를 지키고 있는데 댄 스트레일리(1.95ㆍ롯데)가 무서운 기세로 추격 중이다. 탈삼진에서도 스트레일리(107개)가 1위, 구창모(99개)가 2위로 접전 중이다. 구창모는 2012년 류현진 이후 8년 만의 200탈삼진에도 도전한다. 다승 부문에선 라울 알칸타라(28ㆍ두산)와 드류 루친스키(32ㆍNC)가 나란히 10승으로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둘은 리그 최고 투수의 상징과 같은 20승을 노리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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