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상을 등진 고(故) 고유민의 생전 모습.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악플(악성 댓글)’이 20대 중반 꽃다운 청춘의 생명을 앗아갔다. 지난 시즌까지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에서 뛴 고(故) 고유민(25)이 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생전 악의적 댓글과 (성)희롱성 발언에 시달렸다. 그는 지난 시즌 후반에 레프트에서 리베로로 포지션을 전향한 뒤 수면제를 먹어야 할 만큼 심적으로 큰 부담을 느꼈고, 악성 댓글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악플러’들은 포털 기사 댓글과 소셜미디어 다이렉트 메시지 등으로 고유민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5월에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제 팬도 아니신 분들이 저한테 어쭙잖은 충고 같은 글 보내지 말아 달라. 남일 말고 본인 일에 신경 써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악플, 댓글 테러 등 사이버 언어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가수 구하라와 설리는 평소 악플과 온갖 루머에 고통 받다 짧은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포털 사이트 3사는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모두 폐지했다.

스포츠 선수들도 연예인 못지않게 심한 사이버 언어폭력에 시달린다. 스포츠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악플로 병들고 있다. 종목이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악성 댓글은 언제 어디서든 존재한다. 여자농구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22ㆍ청주 KB 스타즈)은 올해 1월 인신공격성 댓글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매번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 왔고 시즌 초엔 우울증 초기까지도 갔었다. 정말 너무 힘들다.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진짜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프로농구 귀화 선수 라건아(31ㆍ전주 KCC)와 외국인 선수 브랜든 브라운(35ㆍ당시 안양 KGC 인삼공사)도 지난 1월 일부 한국인에게 인종차별 메시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여자 선수들은 인신공격성 비난, 폭언은 기본이고, 성희롱, 성적 비하, 외모 품평 등에도 시달린다. 특히 인기 스포츠인 여자배구 선수들이 악플러들의 주요 표적이 된다. 여자배구 간판 공격수인 이재영(24)은 3일 인스타그램 “내가 다른 건 다 참겠지만, 이건 아니다. 사람이 어쩜 저러냐”면서 한 누리꾼이 보낸 욕설 DM(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 일부 내용을 올렸다. 이 누리꾼은 이재영의 모친 이름을 언급하며 “계단에서 밀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했다. 모친을 향해 다른 심한 성적 욕설도 퍼부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선수 인권 보호 강화를 위한 대책 수립에 나섰다. 연맹은 4일 “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스포츠 기사 댓글 기능 개선을 요청하였으며 연맹 내 운영 중인 선수고충처리센터 역할을 강화하여 선수들이 받은 악성 댓글에 대해 연맹 차원에서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맹은 선수들 대상으로 심리 상담 및 멘탈 교육도 강화해 지속적인 관리를 시행할 예정이다.

악플은 피해자의 영혼을 파괴하는 ‘간접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익명성 뒤에 숨은 ‘사이버 폭력’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배구계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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