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대호-김현수-허경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에는 ‘FA 로이드’라는 말이 있다. 프리에이전트(FA)와 스테로이드(근육강화제)의 합성어로 FA 권리 행사를 앞둔 선수들의 비약적 성적 향상을 의미한다.

FA 로이드는 양날의 검이다. 동기부여가 확실한 만큼 바짝 경기력을 끌어올려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고 몸값을 높이는 선수가 있지만, 부담감 등 부작용으로 되려 예년만 못한 성적에 그치는 선수도 있다. 올해 역시 예비 FA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친다면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선수는 30명이다. 이중 실제로 FA 자격을 얻어 권리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는 15~18명 정도다. 2020 KBO리그가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주요 예비 FA들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타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생애 첫 FA 자격을 취득하는 두산 베어스의 예비 FA ‘5총사’ 허경민, 박건우, 정수빈(이상 30), 오재일(34), 최주환(32)은 기량을 유지하거나 예년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4일 오전까지 허경민은 올 시즌 55경기서 타율 0.390를 올려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다. 7월 22경기에서 41안타를 몰아쳐 0.494의 월간 타율을 올렸다. KBO리그 역대 월간 타율(80타석 이상) 1위를 차지했다. 수비에서도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며 가치를 높였다. 박건우도 67경기서 타율 0.302로 6년 연속 3할 타율에 도전하고 있다. 오재일은 타율 0.345 7홈런 41타점 OPS 0.826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고, 최주환도 2루와 3루를 오가며 준수한 활약을 펼친다. 정수빈은 7월 타율 0.309, 최근 5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올리며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하는 베테랑 이대호(38ㆍ롯데 자이언츠)와 외야수 최형우(37ㆍKIA 타이거즈)도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고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 중이다. 이대호는 70경기에서 타율 0.309 11홈런 OPS 0.885를 기록했다. 결승타(8개)와 타점(53)은 롯데 타자 중 가장 많고, 홈런은 팀 내 2위다. 꾸준함의 대명사인 최형우는 올 시즌에도 타율 0.313 10홈런 46타점 OPS 0.898로 맹활약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11개의 결승타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올겨울 F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김현수(32ㆍLG 트윈스) 역시 FA 로이드를 제대로 맞았다. 국제대회 출전으로 등록일수를 쌓은 김현수는 FA 계약 3년 만에 다시 자격을 얻을 전망이다. 올 시즌 전 경기(7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6 14홈런 63타점 OPS 0.900로 맹활약하고 있다.

타자들은 펄펄 날고 있지만, 투수 예비 FA들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한다. 올 겨울 FA 시장에는 리그에서 귀한 수준급 선발투수들이 쏟아질 예정이다. 이름값도 최근 몇 년간 시장에 나온 선수들보다 월등히 높다. 그러나 현재 성적만보면 이들이 올 FA 시장에서 ‘대박’을 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왼손 빅3’로 꼽히는 양현종(32ㆍKIA 타이거즈)과 차우찬(33ㆍLG), 유희관(34ㆍ두산)은 나란히 부진에 빠져 있다. 올 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예정인 양현종은 15경기에서 6승 6패 평균자책점(ERA) 5.88로 국가대표 에이스답지 않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차우찬은 13경기에서 5승 5패 평균자책점 5.34로 부진을 거듭하다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다. 유희관도 15경기에서 6승 6패 평균자책점 5.61로 지난 시즌만 못한 성적에 머물고 있다.

오른손 선발투수 중엔 이용찬(31ㆍ두산)이 최대어로 꼽혔지만, 팔꿈치 수술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불펜 투수 중에도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 키움 히어로즈 김상수(32)가 14경기에서 1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4.56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무려 40홀드(3승 5패, 평균자책점 3.02)로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올 시즌 성적은 신통치 않다. 시즌 초반 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를 맡은 우규민(35)도 최근 주춤하다. 셋업맨으로 전향한 뒤 15경기에서 1승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5.93으로 부진하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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