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같은 민주당 당적 지자체장도 반대 목소리... 성급한 발표에 지자체 반발 커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확대TF회의결과 브리핑에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정부가 발표한 공공참여 재건축 혜택 및 유휴부지 활용 등 공급대책이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서울시와 마포구, 과천시 등이 공급 대책에 반기를 들면서다. 여기서 서울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시장 및 구청장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인들이다. 같은 당적의 지자체장에게도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거나,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정책을 사전 협의도 없이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처방에만 급급하다 보니 중앙 정부와 지자체간 논의없이 성급하게 대책이 나오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정부·서울시 합동 발표 이후 자체 브리핑을 열어 "높이에 대한 부분은 현재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030 서울플랜은 주거용 건물의 경우 용도지역과 입지를 불문하고 모든 곳에서 '35층 이하'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의 이런 발표는 사실상 공급 대책 중 가장 핵심을 부정하는 발언이다. 정부 계획은 이렇다.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용적률(최고 500%)과 층고제한(35층→50층) 등의 규제를 완화해 기존 가구수 보다 2배 이상 늘린다. 그렇게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 받아 공공임대 또는 공공분양을 통해 공급한다는 게 당초 계획이다.

서울시가 반대하는 이유는 층고제한을 완화할 경우 특정 단지가 한강 조망권 등을 독점하는 문제 등이 생기고 과밀개발이 우려된다는 점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주택 공급 목표는 13만2000가구인데, 그중 가장 파이가 큰 것이 재건축·재개발(7만가구) 등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이다. 결국 정책 신뢰성에 흠집이 가면서 제대로 된 공급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물음표가 붙는다.

앞서도 양측은 첨예한 입장 충돌을 펼쳐왔다.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지키겠다'는 서울시와 '풀자는' 정부가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서울시가 다음날 입장문을 통해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며 "한 번 훼손되면 원상태 복원이 불가능하다. 해제 없이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 vs 지자체, 잇따라 엇박자 충돌

엇박자는 이 뿐만 아니다. 정부과천청사 주변 유휴부지 공급이 예정된 과천시도 반기를 들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성명서를 통해 “도시발전 측면은 고려하지 않고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과천을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정부과천청사 부지는 과천에서 이미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한 바와 같이, 국가의 국책사업을 실현하는 동시에 과천이 지속 가능한 미래성장형 자족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한국형 뉴딜정책의 핵심인 AI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데에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과천시가 거세게 항의한 이유는 이미 대규모 택지가 조성으로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있어서다. 전날 발표된 4000가구 규모의 주택공급 계획을 제외하고도 과천지식정보타운, 과천 공공주택지구, 과천주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조성사업 추진으로 과천에는 오는 2026년까지 총 2만1275호의 공동주택이 공급된다.

태릉골프장 등 유휴부지 활용 대상 지역인 마포구와 노원구도 반대하고 나섰다. 오승록 구청장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계획을 시행하기 앞서 전제조건을 충족시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주차난 교통체증 등을 해결할 기반시설 등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태릉골프장 주변은 인근 남양주 별내지구와 다산 신도시, 구리시 갈매지구까지 개발되면서 화랑대역과 태릉입구 사거리, 북부간선도로 등은 상습 교통정체 구간이라는 게 노원구청 측의 설명이다. 이와 별도로 일부 주민들은 이번 주말 집회를 예고했다.

마포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포함된 상암동 신규택지 개발과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계획에 반대한다"며 "해당 계획에서 마포구에 대한 주택 계획은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신규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는 정부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상암동 유휴부지를 활용하겠다는 것은 마포 도시발전 측면에서 계획된 것이 아니라 마포를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적의 지자체장에게도 반발이 쏟아진 셈이다. 김종천 과천시장과 유동균 구청장, 노원구 오승록 구청장은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결국 처방에만 급급하다 보니 중앙 정부와 지자체간 논의없이 성급하게 대책이 나오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미리 충분한 논의만 이뤄졌어도 이런 반발은 없었을 것"이라며 "대책을 내놓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대책을 너무 성급하게 냈다"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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