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창(왼쪽) 캐디와 유해란.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기간(7월 30일~8월 2일) 필드에서 유독 한 캐디가 눈에 띄었다. ‘디펜딩 챔피언’의 핑크색 캐디빔을 착용한 이는 다름 아닌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 선수 출신 최희창(45) 캐디였다.

키 190cm 거구인 그는 골프계에서 ‘우승 청부사’로 불린다. 그가 캐디로 호흡을 맞춘 선수들 중에는 당시 투어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최혜정(36)과 서희경(34), 유소연(30), 양수진(29), 이미림(30), 양제윤(28), 김해림(31), 오지현(24), 조아연(20)에다가 지금은 ‘신인’ 유해란(19)의 캐디백을 메고 있다.

최희창 캐디는 유해란의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우승을 가장 가까이에서 도왔다. 올해 1월 유해란의 캐디가 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단됐다가 5월 KLPGA 투어가 재개된 이후 유해란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고 있다.

2일 제주국제공항에서 본지와 만난 최희창 캐디는 “무엇보다 샷이 안정적이다. 특히 롱아이언으로 공을 잘 친다”고 유해란의 우승 비결을 짚었다.

유해란이 지난 2일 제주 제주시 세인트포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에서 우승한 후 최희창(뒤) 캐디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KLPGA 제공

최희창 캐디는 유해란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공을 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최희창 캐디는 유해란에 대해 “차분한 성격이다. 아마추어 때 큰 대회를 많이 나가봐서 그런지 조급함이 많이 있진 않다. 물론 경기 중 조급함이 나오면 안 되니깐 차분하게 경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유해란도 우승 후 인터뷰에서 “(최종 4라운드) 초반에 버디가 나오지 않았다. 후반에 많은 홀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조급해하기보단 넓게 보자는 생각을 했다. 캐디 오빠가 옆에서 계속 ‘버디는 언젠가는 나온다’라고 조언해주셔서 차분하게 경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최희창 캐디는 “(유)해란이가 샷 기술적인 부분은 괜찮은데 경기를 풀어가는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걸 곁에서 채워주려고 노력했다. 또한 쇼트 게임을 할 때 스코어를 더 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했다”고 털어놨다.

최희창 캐디의 도움으로 유해란은 올 시즌 승승장구하고 있다. 5월 KLPGA 챔피언십부터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까지 올해에만 9개 대회에 나서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포함해 ‘톱10’에 5차례 들었다. 신인상 포인트는 1055점으로 2위 조혜림(692점)과 적지 않은 격차를 내고 있다. 지난해 최희창 캐디가 보조한 조아연은 신인상을 수상했는데 올해 유해란도 가장 뛰어난 신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해란은 그 외에도 상금 5위(3억3208만1207원), 대상 포인트 6위(168점)를 달리고 있다.

유해란은 7일부터 사흘간 경주 블루원다이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다. 최희창 캐디는 “(유)해란이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KLPGA 정규 투어에 올라왔다. 아직은 어리다. 연세가 있으신 부모님과 동행하고 있다. 저도 조카처럼 대하고 있다”고 친근감을 나타내며 웃었다. 호흡이 척척 맞고 있는 최희창 캐디와 유해란이 또 다른 우승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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