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고성희가 사극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최근 종영한 TV조선 '바람과 구름과 비'에서 고성희는 사람의 운명을 내다보는 조선 철종의 딸 이봉련으로 분했다. 캐릭터의 슬픔을 깊은 감정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최전중으로 분한 박시후와의 애틋한 로맨스를 그려내며 호평을 얻었다. 지난 2014년 출연한 MBC '야경꾼 일지'에서 연기에 대해 혹평을 받은 바 있기 때문에 이번 고성희의 사극 연기 호평은 더욱 특별하다. 이에 대해 고성희는 "데뷔 때 첫 주연으로 했던 '야경꾼 일지' 이후 6년 만에 한 사극이었는데 그때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껴서 사극은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노련함이 생긴 후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사극을 해도 될지 고민이 많았는데 대본이 재미있어서 하게 됐다.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대본이 마음에 들어서 감독님을 만났는데 그 에너지에 홀리듯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 종영 소감부터 말해본다면.

"오랜만에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게 돼서 좋았다. 좋은 연출,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함께한 작품이라 스스로 책임감을 갖게 되는 작품이었는데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고 겁이 날 때도 있었지만 모두가 응원해주고 다독여줘서 끝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

- 겁이 난 이유가 뭔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나만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대본이 재미있고 윤상호 감독님에 대한 확신도 있어서 더 그랬다. 전광렬, 박시후 선배님도 워낙 잘하는 분들이니까. 그런데 봉련이가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어떻게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 무게감을 잘 맞출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 그래도 시청률이 잘 나왔는데.

"전작이 넷플릭스여서 그런지 평균 시청률에 대한 현실감이 조금 없었다. 숫자로 판단하는 시대는 지나간 느낌이랄까. 그런데 평소에 VOD를 많이 보는 편이어서 거기서 계속 1위를 했던 게 힘이 많이 됐다. 예능 포함해서 전체 1위였다. 많은 사랑 받은 것 같다."

- 빛을 보고 예언을 하는 역할이었는데. 어렵지 않았나.

"어려웠지만 감독님 덕분에 잘 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감독님의 팬이 됐다. 함께 호흡해 보니 정말 현명한 능력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작품이었는데도 굉장히 빠르고 정확하게 결과물을 뽑아내니까. 스태프나 배우들 모두 에너지 소모나 낭비가 없었다. 그리고 카리스마 있는 분이라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주면서 최고를 뽑아내는 능력도 있었다."

- 당근과 채찍 중 어떤 걸 더 많이 받았나.

"나한테는 채찍질을 많이 안 했다. 채찍보다는 당근이 필요한 스타일이라서 용기와 자신감을 더 많이 줬다. 나 말고는 선배님들이기 때문에 긴장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은 걸 (감독님이)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봉련이를 정말 예뻐해 줘서 더 빠져서 할 수 있었다."

- 상상 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도 어려웠을 것 같은데.

"솔직히 처음에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했다. 자칫 잘못하면 또 논란이 생길 수 있고 연기적으로 질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그랬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답이 안 나와서 현장에서 그냥 내 자신을 맡기고 놔버리자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그랬더니 다행히 잘 표현이 됐다."

- 박시후, 전광렬과의 호흡은 어땠나.

"박시후 선배님은 되게 유한 사람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감정 기복이 별로 없다. 나는 감정적이고 감정 기복도 있는 편인데 반대로 선배님은 모두를 잘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라 그런 지점을 본받고 싶었다. 연기적으로 목소리라던가 표현 방법이 좋아서 그런 지점도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전광렬 선배님은 존재만으로도 아우라가 엄청난 분이다. 연기할 때는 호흡에 대한 강약 조절이 좋아서 하나하나 배울 수 있었다."

- 봉련은 멜로와 모성애를 다 보여줄 수 있는 입체적 인물이었는데.

"입체적인 인물이라 정말 좋았다. 이 작품을 선택할 때도 봉련이라는 인물이 도구적으로 쓰이지 않고 본인이 가진 상황에서 더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더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결국 천중과의 로맨스가 부각되면서 봉련이 아련해진 게 아쉽지만 그래도 봉련은 멋있는 인물인 것 같다. 역사 속에 그런 인물들이 존재했다면 세상이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했을 정도다."

- 우는 신도 많았는데.

"정말 많이 울었다. 매 회 울어야 해서 어떻게 다르게 울어야 할까 고민도 많이 했다. 그래서 매 장면이 다 기억에 남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왕빛나 선배님과 호흡하는 신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 만나자마자 바로 끌어안고 오열하는 신을 찍었는데 연기적으로 잘 이끌어줘서 그만큼 여운도 많이 남았다."

- 아직 다 빠져나오지 못했나.

"아니다. 끝나고 바로 빠져나왔다. 그런데 끝나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아직은 좀 그립고 애틋하다. 끝나면 푹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끝나니까 그립다. 다시 봉련이도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 고성희에게 '바람과 구름과 비'는 어떤 작품으로 남았나.

"서른 살 이후 첫 작품이었는데 가장 두려움이 있었던 사극을 하게 됐다. 무섭기도 했지만 좋은 작품으로 남은 것 같다. 스스로도 더 성장할 수 있었고 좋은 자양분이 됐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좋은 작품이었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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