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5일 개봉)는 원죄를 지닌 주인공이 자신을 쫓고 위협하는 인물과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하드보일드 액션이다. 기존의 느와르 장르에 다소 기시감이 드는 설정이 보이지만 이를 뛰어넘는 타격감 넘치는 액션이 관객들의 시선을 붙든다.

주인공 인남(황정민)은 전직 비밀요원이자 현재 청부살인을 하는 인물이다. 그의 마지막 미션은 레이(이정재)의 형을 처리하는 일이다. 마지막 미션 후 태국의 섬에서 새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인남. 그러나 미션이 끝나자마자 레이의 끈질긴 추격을 당하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은 삶의 끝자락에서 최후의 대결을 벌이게 되는 내용이다.

영화는 인남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마지막 살인을 마무리한 청부살인업자의 무력하고 공허한 눈은 그의 현실을 대변해준다. 인남이 존재하는 일본은 연일 우울한 잿빛의 색감을 띤다.

인남은 자주 가는 술집 달력에서 파란 하늘과 해변으로 뒤덮인 태국 파나마 섬을 본다. 늘 잿빛의 삶이던 인남과 달리 사진 속 풍경은 아름답기만 하다. 인남은 무작정 파나마 섬으로 떠나려고 한다.

그러나 낙원을 향한 인남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과거 연인이었던 영주(최희서)의 연락을 외면하던 인남은 뒤늦게 영주와 딸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딸을 구하러 가는 인남과 그런 인남을 쫓는 레이의 추격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리뷰.

스토리적으로는 두 남자의 대결, 납치, 청부살인 등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기존의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속속 등장했던 만큼 신선하고 신박한 소재를 원한 관객이라면 아쉬울 수 있다. 간결한 줄거리와 그리 많지 않은 대사량은 오로지 액션에 힘을 쏟은 영화라는 것을 입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주는 쾌감은 상당하다. 실제로 대역 없이 액션을 소화한 황정민과 이정재는 타격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결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몸과 몸이 부딪히는 액션부터 눈빛과 표정만으로 감정 액션을 선보이며 생동감 넘치는 재미를 준다.

한국, 태국, 일본을 배경으로 글로벌 로케이션 역시 장관이다. 특히 전체 분량의 80%가 넘는 배경으로 등장하는 태국 방콕은 특유의 이국적인 비주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뛰어난 미장센과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이 영화의 묘미다.

‘신세계’ 이후 7년만에 만난 황정민과 이정재의 호흡은 두 말할 것 없이 완벽하다. 철천지원수로 만난 이들은 압도적인 표정과 액션으로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히든카드로 등장하는 유이 역 박정민은 데뷔 후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 극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도 톡톡이 하는데 새로운 ‘엔딩 요정’으로 불려도 될 것 같다.

영화의 제목은 여러 의미를 담는다. 원죄를 지닌 인남의 구원을 향한 갈망,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들의 구원, 인남이 곧 삶의 목표가 된 ‘백정’ 레이의 모습 역시 구원을 이야기한다. 러닝타임 108분. 15세 관람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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