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생 전 수원 삼성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이임생(49) 전 수원 삼성 감독의 인천 유나이티드행이 무산됐다. 이임생 전 감독은 수원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불과 약 20일 만에 다른 구단 감독직에 오를 뻔 했지만, 최종 협상 단계에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6일 본지와 통화에서 “여론에 대해 부담을 느끼셨다. 막판 세부 조율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때문에 양측은 결국 협상을 접기로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인천 출신인 이임생 감독이 인천 구단과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협상이 결렬된 건 이번이 2번째다. 그는 2014년 인천 지휘봉을 잡을 뻔 했지만, 김봉길(54) 전 감독의 경질 과정에서 말들이 나와 결국 감독직을 고사했다.

인천은 당분간 임중용(45) 감독대행 체제를 이어간다. 구단 관계자는 “감독 선임 작업은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이전에 감독 물망에 올려놓은 후보군이 있다. 두 분 정도 계신데 다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인천은 K리그1(1부) 12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인 12위(5무 9패ㆍ승점 5)에 머물러 있다. 강등권 탈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일과 관련해선 K리그에 검증된 지도자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은 임완섭(49) 전 감독 자리에 임중용 수석코치, 이임생 감독이 떠난 수원은 주승진(45) 수석코치, 최용수(49) 감독이 물러난 FC서울은 김호영(51) 수석코치를 각각 감독대행으로 올려 팀을 꾸려가고 있다. 이 중 수원(10위)과 서울(11위)은 모두 오랫동안 K리그를 대표했던 명문 구단들이다. 하위권이라는 팀 성적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재정이 탄탄한 기업구단인데다가 인적 인프라까지 갖췄다고 평가 받는 이들 구단들 역시 적임자 감독을 빠르게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사퇴한 지 약 20일 된 감독이 경쟁 구단 감독으로 선임될 뻔한 촌극도 벌어졌다. 한 팀의 지휘봉을 내려 놓은 감독이 같은 시즌에 경쟁 구단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건 K리그 역사를 놓고 봐도 1차례에 불과하다. 조윤환(59) 감독은 2001년 8월 부천 SK에서 물러난 뒤 두 달 만인 10월 전북 현대 감독으로 선임돼 남은 시즌을 소화했다.

인천과 수원은 감독 선임 작업을 빠르게 진행해야만 한다. 김호영 감독대행을 제외한 임중용, 주승진 감독대행은 최대 60일까지만 감독 지휘봉을 잡을 수 있다. K리그 팀 감독을 맡기 위해선 아시아축구연맹(AFC) P급 지도자 자격증이 필요한데 임중용, 주승진 감독대행은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다. 인천 관계자는 “감독은 최대한 빨리 선임하겠다는 게 구단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P급 지도자 자격증 취득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지도자 강습회가 열리기 쉽지 않게 되는 등 절차적으로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이번 일은 K리그 지도자 기근(飢饉)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만든다. 일각에선 “K리그엔 지도자 할 사람이 그렇게 없느냐”라는 얘기가 나왔다. K리그의 경쟁력이 높아지려면 스타 선수 못지 않게 유능한 지도자의 꾸준한 배출도 중요하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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