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라젠 "경영진 배임·횡령, 상장 전 발생"
항암제 펙사벡, 여전히 임상시험 진행 중
17만 개미 투자자 "회사 지속가능성 여전"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는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왼쪽).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는 신라젠의 거래재개 여부를 결정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심사)'가 열리면서 제약·바이오업계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기심위는 6일 오후 2시부터 심사를 열고, 신라젠의 상장적격성 인정(거래재개)이나 개선기간 부여, 상장폐지 등 3가지 중 하나를 결정한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회사의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과정이다. 앞서 신라젠은 지난달 10일 한국거래소에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했다.

검찰에 따르면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는 회사가 개발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Pexa-vec)'의 임상중단을 공시하기 전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손실을 피한 혐의를 받는다.

신라젠 주가는 당시 펙사벡 개발 기대로 고공행진 중이었다. 문 대표에 앞서 이용한 전 대표이사, 곽병학 전 감사 등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한 문 대표는 자본 없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회사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는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성보기 서울남부지방법원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지난 5월12일 문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증거인멸과 도주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히 이 사건을 놓고 일각에서는 '여·야 로비 장부가 있다' '상장이나 주가 상승, 수사 무마 등을 위해 여권 유력 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역시 이 사건과 궤를 같이 한다.

신라젠 측은 사실상 최악의 결과인 '상장폐지' 결정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심사 사유였던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혐의는 상장 전에 벌어졌고, 관련 경영진들도 전부 사임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이들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또한 펙사벡의 기술력에 대해서도 강조할 계획이다. 이 약물은 암세포에만 선별적으로 작용해 직접 사멸하는 기전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 간암 임상3상을 중단한 후 신장암과 대장암, 흑색종 등 글로벌 기업들과 다른 암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신장암 적응증과 관련해 현재 미국에서 1b상 단계에 있으며, 지난 4월 미국암연구학회에서 긍정적인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더불어 홍콩 리스팜(Lee's pharm)과 흑색종 임상시험도 추진할 계획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펙사벡 가치가 높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경영진 횡령·배임 혐의 모두 상장 전의 일이라는 점과 관련 혐의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다는 내용도 강조할 계획"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도 개선기간을 부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신라젠에 묶인 소액 주주가 17만명에 육박해 그 부담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 주가는 1만2100원에 정지됐으며, 지난해 말 기준 소액 투자자는 16만8778명에 달한다.

신라젠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전날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거래재개 촉구집회를 열고, 거래중지 및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상장 이전에 벌어진 혐의를 주주가 인지할 수 없었다는 게 골자다.

뿐만 아니라 상장 전 배임·횡령 이슈가 현재 신라젠 재무상태에 추가 손상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 전 경영진 혐의의 유·무죄가 결정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투자자 보호의 명분으로 진행된 거래정지 및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결정은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전 경영진 배임·횡령과 관련해 감사보고서의 감사의견 ‘적정’은 변형될 여지가 전혀 없어 심사의 핵심인 '회사 경영의 지속가능성'에는 어떤한 문제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의 사례를 보면 신라젠 상장폐지 여부 최종 결론은 오후 5시 안팎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사안이 복잡하고 정치권과 수사당국까지 엮일 정도로 중대한 만큼 더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기심위가 상장폐지를 결정해도 최종 결정 권한은 코스닥시장위원회(코시위)에 있다. 코시위는 다시 한 번 신라젠에 대한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나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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