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채성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휴대폰 다단계 사업’에 대해 입을 열었다. 피해 사례로 논란이 집중된 상황에서도 예상과는 달리 다단계 사업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다단계는 글로벌 마케팅, 문제점은 고칠 것”

지난 23일 간담회에 참석한 권 부회장은 취임 10개월을 기념하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간담회에서 권 부회장은 다단계 사업 여부 외에도 방통위 단독 조사,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불발, IoT 사업 및 글로벌 비즈니스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권 부회장은 “10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느낀 바를 편안하게 설명 드리려고 오늘 자리를 자청했다”며 “그간 있었던 이슈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며 운을 뗐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마찰을 빚었던 이슈에 대해 설명한 후 “또 하나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다단계 판매”라고 권 부회장은 말했다.

▲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23일 간담회에 참석해 소회를 밝히는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이어 권 부회장은 “다단계 자체는 글로벌 마케팅 수단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잘못 시행되고 있는 사례가 있어 잘못 인식되고 있다”며 “겸허하게 수용할 것은 언제든지 하겠으나 논란 때문에 접는 것은 1등으로서 하는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권 부회장이 인식한 휴대폰 다단계의 문제는 ‘특정 연령층에 대한 강제 판매’와 ‘상위 수익자들의 독과점’으로 나뉜다.

간담회를 통해 권 부회장은 “다단계는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점들이 없지 않더라. 걱정하시는 분들 충분히 그럴 수 있는데 (걱정하시는 분들이) 어린 분과 노인분 집단이었다. 그래서 연령제한을 뒀다”고 말했다.

더불어 “수익 구조는 상위 5%, 10%만 가져간다는 올바른 지적도 있다”며 “할지 말지 여부는 아직 답변 여부는 어렵다. 걱정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하겠다. 다만 논란에 밀려서 결정하기는 않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 8개월만에 심경 변화, 다단계 유지 이유는

권 부회장의 발언은 지난 1월 밝혔던 의사와 정면 배치되는 의견이다.

당시 권 부회장을 중심으로 LG유플러스는 “다단계 판매 사업을 막을 권한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지난해 9월 이상철 부회장 재임 당시에도 불법 다단계 판매로 방통위로부터 23억7,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기 때문에 다단계 사업을 순차적으로 정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LG유플러스보다 다단계 판매 비율이 낮았던 경쟁사 SK텔레콤과 KT도 관련 사업을 정리하거나 축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 부회장은 8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서 다단계 관련 사업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권 부회장이 다단계 사업에 대한 개선을 약속한 것에 대해 다가오는 국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은 권 부회장을 공정위 국감 증인으로 출석 신청한 상태다.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면 권 부회장은 다음달 6일 공정위 국감에 출석하게 된다. 이를 통해 LG유플러스 관련 다단계 업체들이 판매원에게 입힌 피해 사례와 함께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 LGU+ 다단계, 논란의 진원지는

LG유플러스는 통신 3사 가운데 다단계 유치 건수가 가장 많은 기업이다. 때문에 판매원이나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도 빈번했다.

지난 5월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방문판매법을 위반해 과태료와 시정명령을 내린 4개 다단계 판매업체 가운데 IFCI, B&S솔루션, NEXT 등 3곳이 LG유플러스 상품만을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IFCI의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 LG유플러스 제공

문제는 일부 업체들이 사회적 약자층을 겨냥해 금전적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들은 방문판매법 위반 외에도 취업이나 성과금을 미끼로 취업준비생 및 노인에게 구형 제품을 비싸게 팔고 월 6만원 이상 고가요금제에 억지로 가입시켜 논란이 됐다. 해당 다단계 업체에서는 성과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기 때문에 판매원 가족들까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IFCI 피해자모임은 IFCI 퇴출 시위를 벌였고 서울YMCA 시민중계실의 경우 ‘LG유플러스의 통신 다단계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논란에 올해 국감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 단골 메뉴로 떠올랐다.

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관련 문제가 다단계의 관행으로 이어져 온 만큼 (다단계) 사업을 유지한다면 지속적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며 “LG유플러스가 다단계 사업을 전면 개선하려 했다면 피해자들에 대한 도의적 사과나 세부 개선안을 발표했어야 한다. 이쯤되면 통신 다단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LG유플러스의 속내가 궁금해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편 몇몇의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LG유플러스가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다단계 업체 IFCI 때문에 관련 사업을 당장 축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IFCI의 매출은 2,000억원을 넘어섰으며 당기순이익만 해도 276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기 IFCI 대표는 27일 방통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다단계 사업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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