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니클로, 지난해 매출 전년 대비 31% 감소...영업익 적자전환
DHC, H&B스토어 및 이커머스에서 대부분 퇴출
지난해 일본대사관 앞 시민 촛불 발언대 참가자들이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 연합뉴스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일본이 변하지 않는 한 불매운동에 끝은 없어요”…대한민국 30대 어느 직장인의 말이다.

지난해 여름, 일본이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제외 조치를 내리면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산 제품의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패션 스파 기업 1위로 꼽혔던 브랜드가 적자전환하는가 하면 국내 대부분의 유통채널에서 퇴출당한 코스메틱 브랜드도 생겨났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본 불매운동은 실생활과 관련이 있는 의식주 패션과 식품업종에서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 1년 사이 가장 큰 위상의 변화를 겪은 기업은 단연 유니클로다.

지난해 국내에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바람이 불자 유니클로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의 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부적절한 언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고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라며 불매운동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발언의 파장은 상당했고 국내 소비자들은 불매로 응답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1% 줄어든 9749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도 2383억원에서 마이너스 19억원으로 떨어져 적자 전환했다. 불매운동 여파로 지난해 8월 유니클로 매장 개수는 187곳에서 지난 7월까지 13곳 줄어 174곳이 됐다. 여기에 이번 달 9개 지점이 추가로 문을 닫으며 결국 1년 만에 22곳이 직격탄을 맞았다. 유니클로 동생브랜드로 주목받았던 GU도 지난 5월 한국매장을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한 관계자 / 유튜브 캡처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수출규제 전후 지난해 일본 소비재기업 31곳의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6.9%, 영업이익은 71% 급감했다. 식음료(19.5%), 패션 등의 생활용품(14.5%) 업종은 매출이 1년 전보다 10% 이상 쪼그라들었고 화장품업과 유통업도 각각 7.3%, 3.4% 줄었다. 관세청에 수입실적만 봐도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일본으로부터의 소비재나 원자재 등 수입은 2019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다.

일본 코스메틱 브랜드 DHC는 지난해 한국과 불매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유통채널에서 퇴출당하다시피 했다. 지난해 일본 DHC TV의 ‘진상 도라노몬 뉴스’에서 한 관계자가 불매운동과 관련해 “한국은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다”라는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 또 다른 출연자는 한국인을 ‘조센징’이라고 비하하며 불씨를 키웠다. 조센징은 일제 강점기 일본이 한국인을 향해 경멸과 멸시를 담아 부르는 말로 해석된다.

망언의 결과는 혹독했다. DHC 모델이었던 배우 정유미는 남은 계약 기간에 대한 모델료를 반환하고 뮤즈 활동을 중단했다. 올리브영을 비롯한 국내 H&B 스토어와 이커머스도 DHC 제품을 매장에서 하나둘씩 뺐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8월 기준, 현재까지도 DHC가 입점돼있는 곳은 공식 홈페이지나 일부 오픈마켓 스토어를 제외하고 없다.

지난해 불매운동 여파로 한산한 유니클로 매장 / 변세영 기자
지난해 불매운동 여파로 한산한 유니클로 매장 / 변세영 기자

미스터피자를 전개하는 MP그룹의 자회사인 MP한강도 타격을 입었다. 키스미, 캔메이크 등 일본 메이크업 브랜드를 수입·유통해 2017년 영업이익 107억원을 올렸던 MP한강은 지난해 1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는 실적하락에 불매운동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불매운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여론조사 연구소 데이터리서치가 지난 6월 29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한 결과, 응답자 중 75.9%가 계속 불매운동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일본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만큼 감정적인 불매가 아닌 이성적인 불매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과는 현실적으로 담을 쌓고 살 수 없는 관계다 보니 맹목적이고 상시적인 불매는 두 나라에 모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라면서 “지난해 불매는 일본이 보복규제를 하면서 나타났던 문제인 만큼, 일본의 행동에 따라 (앞으로) 국내 불매운동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