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거래소, 신라젠 경영개선 의지 검토
9월 주총 이후 상폐 여부 결정할 듯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왼쪽).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한국거래소 6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신라젠의 상장폐지(상폐) 관련 심의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실상 오는 9월 초 예정된 신라젠 임시 주주총회 이후에 결정하겠다는 의미인 데,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상폐는 너무 과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거래소 관계자는 "보통 심의를 속개할 때는 특별한 이벤트 등이 있을 때인데, 관련 상황을 본 후 의사결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고 밝혔다.

이어 "신라젠은 경영 투명성 등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라며 "다만 향후 예정된 주주총회 안건에 경영진을 바꾸겠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어 해당 내용을 평가해서 주총(9월7일) 이후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전날 기심위를 열고 신라젠의 상폐 관련 심의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속개를 결정했다. 기심위는 경영 투명성과 영업 지속성, 재무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폐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신라젠은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하면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검찰은 5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문 전 대표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문 전 대표(최대 주주, 지분율 5.38%)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기자본없이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 지분을 편법으로 취득해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지인들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해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회사에 수입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도 적용했다.

다만 문 전 대표 등이 신라젠의 신약물질 '펙사벡'의 임상시험 중단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팔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정했다. '펙사벡' 임상중단 정보를 얻은 것은 지난해이지만, 문 전 대표 등이 주식을 매각한 시기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로 시점이 어긋나서다.

이와 함께 2대 주주(지분율 1.4%)인 곽병학 전 감사도 5월4일 자본시장법과 특경가법(배임) 위반으로 구속됐다.

업계에서는 신라젠 상폐는 과한 처사라고 지적한다. 심의 원인인 대표이사 배임·횡령의 경우 문 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사하는 등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이오사의 최대 가치인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펙사벡)도 여전히 살아있다.

실제 신라젠은 문 전 대표와 유일한 사내이사였던 양경미 부사장까지 사퇴하면서 경영정상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는 주총에서는 현재 경영지배인인 주상은 전무와 이권희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후 공동대표체제로 회사를 이끌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젠 상폐 관련 심의 원인인 대표이사 배임·횡령의 경우 문 전 대표 등 관련자가 회사를 나갔다"며 "바이오기업의 최대 가치는 파이프라인데, 펙사벡의 가치는 훼손되지 않았고 다른 적응증으로 임상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라젠과 같은 기업은 수익을 창출해 R&D(연구개발)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적으로 0원에서 시작해 투자를 받아서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한다"이라며 "개인의 일탈 때문에 상폐를 한다면 투자자들도 무서워서 지갑을 닫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거래소 역시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관리 조치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라젠 행동주의 주주 모임 측은 거래소가 개선기간부여를 결정할 경우 금융위원장과 한국거래소장 등을 형사고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속개를 경정해 고소는 일단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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