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김호영 체제’ FC서울, K리그1 2연승 질주하며 부진 탈출
김호영 FC서울 수석코치ㆍ감독대행.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여러분은 누구입니까?”

김호영(51) FC서울 수석코치는 최용수(47) 감독의 자진 사퇴 이후 1일 성남FC와 14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어수선해진 선수단에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매 시즌 K리그1(1부) 우승을 목표하던 팀이 강등권에 허덕이고 수장마저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황에서 선수들을 일깨우기 위한 초강수다. 그들에게서 “FC서울 선수입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이 질문은 FC서울이 위기를 타개하고 2연승으로 흐름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FC서울은 2011년 12월 부임 이후 리그 우승(2012),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2013), FA컵 우승(2015)으로 팀의 영광을 함께한 최 감독이 지난달 30일 사퇴하면서 혼란을 겪었다. 13라운드까지 리그 3연패 늪에 빠진 데다 설상가상으로 최 감독마저 떠나면서 선수단 동요가 예상됐다. 외부에선 선수단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까지 쏟아졌다. 무승이 길어지자 어느새 강등을 걱정하는 처지까지 와버렸다. 위기 속에서 팀 구심점을 잡은 인물은 김 수석코치였다. 6월 최 감독을 보좌하기 위해 합류한 지 40여 일 만에 홀로 남겨진 상황은 당황스러웠지만 곧 돌파구를 찾았다. 가장 먼저 선수단에 만연한 패배 의식을 지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1일 성남FC와 14라운드에 출전한 FC서울 윤주태(왼쪽)와 한승규. 윤주태는 이날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팀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걷어내는 것도 결국 선수단이 해야 하는 일이다. 김 수석코치는 “우리가 풀지 않으면 누구도 풀어주지 않는다”는 말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어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자”고 용기를 북돋웠다. 전통 명가 FC서울 일원으로서 자긍심을 다시 깨닫게 하는 조언은 선수들의 의지를 불태웠다. 마침내 14라운드 성남 원정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연패 사슬을 끊었다. 김 수석코치는 경기를 마친 뒤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험난했던 지난 과정을 돌아봤다. 얼굴에선 비장함이 가득 묻어나왔다.

부진을 털고 일어난 뒤 맞이한 두 번째 경기. 7일 15라운드에서 FC서울은 6위 강원FC를 2-0으로 제압했다. 일주일 사이 2연승을 달렸다. 팀을 짖누른 패배 의식도 걷어냈다. 그동안 좀처럼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해 마음고생 심하던 윤주태(30)와 한승규(24)가 득점포를 가동했다. 19세 공격수 정한민도 강원전에서 K리그1 데뷔골을 신고했다. 김 수석코치의 ‘결자해지 리더십’이 선수들을 춤추게 했다. 강원전에 앞서 감독대행으로 임명된 김 수석코치는 15라운드를 마치고 “선수들이 훈련한 대로 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고 승리 공을 제자들에게 돌렸다.

팀을 빠르게 수습한 김 감독대행은 15일 상주 상무와 16라운드 홈경기에서 선수단과 함께 3연승에 도전한다.

이상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