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6일 함안 무학기 조별리그 경기, '일부러 져 주기' 논란
고등학교 축구에서 '고의 패배'가 의심되는 경기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함안군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대웅 기자] 한국 축구의 미래들이 맞붙는 고교축구에서 약 1년 만에 다시금 고의 패배가 의심되는 경기가 나왔다. 충격적이다.
 
문제의 경기는 6일 경상남도 함안군에서 열린 제25회 무학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 조별리그 2조 3차전이다. 서울 A고와 충남 천안 B고가 격돌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졸전이었다. 양 팀 모두 앞선 두 번의 조별리그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조기에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3차전은 조 1위 결정전이었다. 그러나 조 1위를 향한 의지는 전혀 없었다. 상대팀을 향해 허무한 패스 미스가 반복됐고, 상대 측면 크로스를 수비수가 사실상 방치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공격도 마찬가지다. 팀 동료가 드리블 돌파를 하는데도 빈 공간을 찾아 침투하는 선수는 없었고, 그저 멍하니 지켜보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해당 경기 영상을 본 C 축구해설위원은 본지에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매우 많았다는 의견을 폈다. 그는 "기본적으로 두 팀 모두 공격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미드필드를 많이 두면서 중원싸움을 했는데, 빠르게 공격을 시도하는 모습이 매우 적었다"며 "중원에 인원이 많으면 중거리 슈팅이나 측면 공격 등을 섞어주는 게 정석이다. 그렇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그런 부분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트 피스 상황에서 크로스를 올리면 헤더 경합을 하기 위해 점프를 하는 게 정석이다. 그러나 공격에 가담한 선수들이 점프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두 팀 모두 조별리그 1, 2차전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기동력이나 공격 집중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짚었다.
 
결정적인 의심 장면은 후반전 17분에 나왔다. 천안 B고가 기록한 이날 경기 선제점이자 결승골 장면은 고개를 가로젓게 만들었다. 골킥 상황에서 서울 A고는 극단적으로 수비라인을 하프라인 위쪽까지 끌어 올렸다. 천안 B고의 골키퍼는 상대 수비 뒤 공간을 노린 롱킥을 찼고, 서울 A고 골키퍼는 골문을 비운 채 나와 소극적인 자세로 헛발질을 했다. 천안 B고의 공격수는 너무나도 쉽게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석연찮은 상황은 골킥부터 시작됐다. 천안 B고 감독은 포백 라인까지 하프라인을 넘어서는 비정상적인 서울 A고의 수비 위치를 지적했다. 그러자 서울 A고 감독으로 보이는 남성이 "당신이 뭔데 왜 그래"라고 말하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잠시 후 골킥이 이어졌고, 서울 A고 골키퍼는 이해하기 힘든 실수를 했다. 상대 공격의 적극적인 대시가 없었으나 어이없는 헛발질을 했다. 이후 상황도 비정상적이다. 일반적으로 골키퍼 실수 때 수비수들은 골문 방어를 위해 전력질주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천안 B고 공격수의 느릿느릿한 전진에도 서울 A고 수비수들의 빠른 커버 플레이는 없었다. 천안 B고 공격진 역시 세컨드 볼을 노린 문전 쇄도는 하지 않았다.
 
득점에 성공했지만 아무도 기뻐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후반전 중반 결승골을 넣은 천안 B고 공격수는 떨떠름해 했고, 팀 동료들도 달려들어 축하의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그라운드를 누빈 22명의 고교 선수들 역시 해당 상황이 비정상적인 듯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경기는 천안 B고의 1-0 승리로 끝났다. 본지는 해당 경기의 고의 패배 정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10일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측과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C 해설위원은 득점 상황에 대해서 선수들이 비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고 꼬집었다. "골킥 상황은 오프사이드 반칙 적용이 안 된다. 그런데 A 학교 필드플레이어 모두 하프라인을 넘어 있었다"며 "천안 B고 공격수가 무인지경 상황인데도 (서울 A고) 수비진이 전열을 갖추지 않았다. (서울 A고) 골키퍼의 대시와 수비도 뭔가 어설펐고, 위기 상황에서 (서울 A고) 수비수들이 뒤쫓아 따라가지도 않았다. 득점에 성공한 천안 B고 선수가 전혀 기뻐하지 않는 모습도 이상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A고와 천안 B고가 이미 조별리그 2승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한 상황이라 힘을 좀 뺐을 수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도 "그래선 안 된다"고 확실히 지적했다. "2승으로 본선행이 확정되었다고 일부러 힘을 빼는 건 말이 안 된다. 두 팀 모두 조 1위가 달려 있는 경기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며 "선수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수비를 강화할 수는 있지만, 그런 전략도 이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흔히 말하는 '볼 돌리기'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C 해설위원은 어린 선수들이 '비기기 작전'이나 '볼 돌리기' 등으로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독일(당시 서독)과 오스트리아가 펼친 경기는 '히혼의 수치'(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고의로 비겨 알제리를 떨어뜨리고 나란히 2라운드에 진출함)로 회자되고 있다"며 "축구에서 전략적인 무승부나 패배는 절대 있을 수 없다. 승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어린 선수들이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고 승패 결과를 인정하는 스포츠맨십을 제대로 배우고 갖춰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고교축구의 고의 패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경남 합천에서 펼쳐진 제55회 추계고등연맹전 5일 차 경기에서는 이미 조별리그 2연승으로 32강행을 확정한 D고가 1승 1패였던 E고에 고의 패배를 당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D고는 3-0으로 크게 앞섰으나 후반전 들어 20분 사이에 4실점하며 3-4로 역전패했다. 두 팀은 나란히 32강 본선에 올랐고, 고의 패배에 대한 항의와 제보로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은 긴급 상벌위원회를 열고 실사 끝에 중징계를 내렸다. 해당 경기 몰수패는 물론 해당 학교에 3년간 연맹 대회 출전 금지 및 관련 지도자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이라는 최고 수준의 징계를 결정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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