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페.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이쯤 되면 V리그 ‘유니폼 수집가’라고 할 만하다. 배구계의 ‘저니맨’ 펠리페 안톤 반데로(32ㆍ브라질)가 다시 한국 무대로 돌아올 전망이다.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은 최근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지명한 미하우 필립(25)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실력이 뛰어나고 팀에 잘 녹아들었지만, 몸 상태가 문제였다. 입국 후 국내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진행했는데, 왼쪽 무릎 상태가 온전치 않았다. 시즌을 소화하기엔 무리라는 소견을 받았다. 결국 OK저축은행 구단은 필립과 결별하고, 새 외국인 선수를 찾기로 했다.

OK저축은행 구단 관계자는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필립은 심혈을 기울여서 뽑은 선수다. 우리 팀과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았고 필립도 한국에 잘 적응하고 있었는데, 이런 문제로 떠나 보내게 돼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OK저축은행이 영입 후보 1순위로 올려놓은 선수는 지난 시즌 우리카드에서 활약한 펠리페다. 그는 현재 이탈리아 리그 카스텔라나(2부)에서 뛰고 있다. OK저축은행 구단은 펠리페의 현 소속팀과 이적료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펠리페는 검증이 필요 없는 선수다. 2017-2018시즌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처음 한국 무대를 밟은 그는 데뷔 시즌 팀의 컵대회 우승을 이끌며 MVP에 올랐다. 정규시즌에도 득점 3위에 올랐으나 재계약엔 실패했다. 하지만 다음 시즌 KB손해보험과 계약하며 V리그로 컴백했다. KB손해보험이 알렉산드리 페헤이라가 부상을 당하자 펠리페를 영입했다. 펠리페는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KB손해보험이 후반기 돌풍(12승 6패)을 거두는 데 이바지했다. 

다시 한번 재계약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 중반 또 호출됐다. 우리카드가 드래프트에서 뽑은 제이크 랭글로이스를 방출하고 펠리페를 선택했다. 그는 나경복(26), 황경민(24) 등과 삼각편대를 이루며 우리카드의 첫 정규리그 정상 정복에 힘을 보탰다. 지난 시즌 득점 3위(659점), 공격 성공률 8위(50.99%), 서브 4위(세트당 0.355개)에 올랐다. 

펠리페는 기량뿐만 아니라 인성도 검증된 선수다. 4년 동안 한국에서 뛴 만큼 한국 생활과 배구 문화에 익숙하다. 건강과 꾸준함도 펠리페의 장점이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입 후보 4명 중 코칭스태프가 가장 선호하는 선수는 펠리페다. 필립 같은 사례가 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건강하고 검증된 선수가 필요한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펠리페 영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만약 펠리페가 OK저축은행에 입단한다면 프로배구 외국인 선수 최초로 4팀에서 뛰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국내 선수 중에선 황동일(드림식스, LIG손해보험, 대한항공, 삼성화재, 현대캐피탈)과 노재욱(LIG손해보험, 현대캐피탈, 한국전력, 우리카드, 삼성화재)이 다섯 팀 유니폼을 입은 바 있다. ‘땜빵’ 전문 펠리페의 네 번째 코리안 드림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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