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높아진다는데 왜?...보험사,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반기는 이유
손해율 높아진다는데 왜?...보험사,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반기는 이유
  • 이성노 기자
  • 승인 2020.08.10 16:30
  • 수정 2020-08-10 16:30
  • 댓글 0

실적 부담 있지만, 얻는 게 더 많아...이미지 제고, 비용 절감 등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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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1년째 표류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두고 여야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보험업계가 국회에 계류 중인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법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보험 손해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부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실손의료보험은 실제 발생한 손해액을 책정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보험으로 질병·상해 입원비, 치료비 등 의료비를 실비(實費)로 보장해 준다. 실생활에 유용한 보험인 만큼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입자는 약 3800만명에 달한다.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릴 정도로 보편화 된 보험이지만, 정작 보험 혜택을 누리는 가입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한국갤럽을 통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입자 47.5%는 "소액이라서(73.3%)", "병원 재방문이 귀찮아서(44%)". "증빙서류 발송이 귀찮아서(30.7%)" 등을 이유로 보험을 청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입법화 추진...일부 보험사선 선제적 서비스 도입 

10일 보험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로 11년째 표류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21대 국회에선 여야 모두 이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여당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해당 법안의 개정안을 내놨다. 같은 당인 고용진 의원 역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법이 통과되면 병원에서 발급하는 종이 서류를 전자 문서로 디지털화하고, 중계전문기관인 건강보험심의평가원을 통해 보험사로 전송하는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보험사와 의료기관 전산망이 연동돼 보험 가입자는 의료기관에을 방문해 진료 증빙 서류를 발급하지 않아도 보험금 청구가 가능해진다. 

보험업계에선 이미 디지털 금융이 본격화되면서 일부 보험사를 중심으로 핀테크 업체와 협업을 통한 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키오스크나 모바일앱 등을 활용해 소비자 편익을 높인 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교보생명은 이날 통합 고객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케어(Kare)'를 활용해 협력 병원 진료 기록 조회를 통해 기존의 서류 출력 등 절차 없이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종합병원을 위주로 40여개 병원과 협력하고 있으며 향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신한생명도 지난달 17일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과 제휴를 맺고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인 ‘메디블록’과 기술제휴를 통해 오픈 API를 활용한 ‘간편 보험금청구 서비스’를 오픈했다. 고객이 병원을 직접 방문할 필요도, 별도 서류 발급 없이 병원비 수납 후 앱을 통해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NH농협생명은 2018년 12월 생보업계 최초로 실손보험 간편 청구시스템을 오픈해 보험금 청구의 편의성을 높였다. 청구서 작성 및 진단서 제출 없이 병원앱으로 신청하면 보험금이 바로 정산된다. 현재 국립암센터,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23개 병원에서 이용 가능하다. 

다만, 보험사와 현재 협력하고 있는 곳들은 종합병원 등 규모가 큰 기관이 대부분이다. 실제 환자들이 자주 찾는 중소 개인병원들은 '병원 정보 유출', '환자 개인 정보 유출' ,'정보 유출에 따른 책임 및 분쟁 가능성' 등을 이유로 여전히 보험사와 협력을 꺼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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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생명, 신한생명, 교보생명 등이 실손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지만, 협력을 맺은 곳은 대부분 종합병원이며 비교적 왕래가 잦은 개인병원 비중은 크지 않다. /NH농협생명 제공

◆ 보험업계 "실적 부담은 미미...이미지 개선, 비용절감 등 얻는게 더 많아" 

보험업계에선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자산운용 수익률에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보험금 청구 간소화'까지 도입되면 부담 아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보험 가입자의 청구 건수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 청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보험사 손해율의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며 해당 법안을 반기고 있다. 이미 종합병원들과 협력을 통해 보험금 청구 간소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보험사 관계자들은 "손해율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 부담이지만,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는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해당 서비스는 금융권 최대 화두인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고객 편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한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선 빠르고 투명한 보험금 지급을 통해 이미지 제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금융분쟁, 민원 등으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금 지급 업무에 소요되는 인력 및 시간 비용 철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당장 손해율이 올라갈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업무 간소화 등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가 클 것이란 판단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보험금 청구가 늘어나겠지만, 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측면에서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실손 보험금 지급 업무에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여되는데, 자동화를 통해 일부 절약되는 부분이 있고, 보험사에 대한 이미지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NH농협생명에 따르면, 기존에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약 2~3일이 소요됐지만, 간소화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보험금 지급 시간은 단 1~2분 내외로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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