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공연계가 전례 없는 침체기를 맞았다. 정부의 지침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면서 조금씩 활력을 되찾기는 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 공연 관람전 온도 측정,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의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일부 공연은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다. 뮤지컬이나 클래식 등의 공연은 일정대로 진행됐고 가수들의 콘서트도 하나둘 개최 사실을 알렸다. 그렇게 활기를 되찾는 듯했지만 가요 콘서트는 관할구청과 공연장 측의 권고에 따라 일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물론 지난 7일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는 성대한 막을 올렸다. 하지만 이 콘서트는 당초 4월 개최를 예정했던 공연이다. 코로나19로 인해 5월로 연기를 알렸지만 그때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6월로, 그리고 7월로 재차 일정을 수정했다. 이미 여러 차례 일정 연기했기 때문에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제작사 쇼플레이 측은 공연 수익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꼭 콘서트를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무대를 360도로 바꾸고 좌석도 한 자리씩 띄어 앉도록 구성했다. 반드시 콘서트 개최를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미스터트롯' 콘서트 포스터./쇼플레이 제공

그렇지만 결국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7월 24일 첫 공연을 3일 앞둔 시점에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관할구청인 송파구청이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쇼플레이 측은 "정부가 권고하는 방역지침을 따랐고 관할구청과 공연장에서 추가로 요청하는 수칙들까지 보완했는데 개최 이틀을 남겨둔 시점에 연기를 하게 됐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방역 비용에만 10억 원이 투입됐다고도 밝혔다. 그야말로 철저한 준비였는데 갑작스러운 집합금지 명령은 억울한 상황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같은 구청 관할이었던 '팬텀싱어3' 서울 콘서트와 김호중 팬미팅 '우리家 처음으로'가 취소됐고 예스24 라이브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태사자 콘서트 '더 리턴(THE RETURN)' 역시 공연 하루 전 광진구청의 집합금지명령으로 인해 취소됐다. 데이브레이크도 올림픽공원 야외 수변무대에서 콘서트를 준비했으나 개최 이틀 전인 7월 29일 올림픽공원의 권고를 받아 무산됐다. 

전 국민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기를 바라는 상황에서 n차 감염의 위험 우려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진행 여부를 다시 한번 고민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던 송파구청은 500여 명의 직원과 봉사자들이 단체 뮤지컬 관람을 했고 공연이 끝난 후 마스크를 내린 채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이를 두고 비난이 쏟아졌다. 뮤지컬은 되고 콘서트는 안 되는 이유가 뭐냐며 네티즌들은 비판했다. 그러자 송파구청 측은 뮤지컬과 달리 콘서트 관람객은 ‘떼창’을 하기 때문에 비말로 인한 코로나19 전파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참 애매한 기준이다. 마스크를 착용해도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것만으로 감염이 이루어졌던 사례를 보면 단순히 떼창 하나로 감염 우려 정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방역지침이 사람 간 간격 2m(최소 1m) 이상 거리 두기, 마스크 필수 착용, 손 자주 씻기 등인 것을 봐도 그렇다. 방역지침 모두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떼창 없이 좌석 간 거리두기 없는 뮤지컬 공연은 괜찮고 떼창을 하지만 좌석 간 거리두기는 있는 콘서트는 안 된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모호한 기준이 형평성 문제를 야기시켰다. 2000석 가까이 되는 비교적 큰 규모의 뮤지컬은 일정 차질 없이 계속 진행되고 있고 지난 4월 외국 국적 배우가 확진 판정을 받았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3주간 공연을 중단했을 뿐 재개됐다. 반면 가요계 콘서트는 2~4월 개최할 예정이었던 행사 중 73개가 연기·취소됐고 5~6월에도 10건이 연기됐다. 힘들게 만반의 준비를 마쳐도 명확한 기준 없이 가해지는 집합금지 명령에 취소 수순을 밟아왔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다. 각 지자체별로 다른 기준이 하루빨리 정리돼야 한다. 연말 콘서트를 준비하는 가요계가 더 이상 떼창 때문에 콘서트를 취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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