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과 함께 연탄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박용택(왼쪽).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매년 12월에 열리는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선 포지션별 수상자 10명뿐만 아니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수여하는 사랑의 골든글러브상 수상자도 가려진다. 사랑의 골든글러브상은 선행에 앞장서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선수에게 주어진다. 박용택(41ㆍLG 트윈스)은 2007년과 2011년 사랑의 골든글러브상을 받았다. 1999년 처음 제정된 이 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선수는 박용택이 유일하다.

LG 선수단은 매년 비시즌이 되면 팬들과 함께 ‘사랑의 연탄배달’ 행사를 한다. 지역 소외계층을 돕는 이 행사는 박용택으로 인해 정착된 LG만의 특별한 행사다. 박용택은 2011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팬들에게 사랑의 연탄배달 행사를 제안했고, 이듬해 사비를 털어 연탄을 기부하고 팬들과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를 실천했다. 이후 선수단 사이에 동참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연례행사로 정착됐다. 팬들은 박용택에게 ‘연탄택’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그는 봉사활동 외에도 심장병ㆍ백혈병 어린이 수술비 지원 등 꾸준한 기부활동을 펼치며 그라운드 밖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박용택은 그라운드에서도 교과서 같은 선수로 꼽힌다. 모범적인 생활과 꾸준한 자기관리,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정신으로 LG뿐만 아니라 다른 팀 선수들에게도 존경을 받는다. 류중일(57) LG 감독은 “삼성에 이승엽이 있었다면 LG에는 박용택이 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자신의 한계와 싸우며 누구보다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KBO리그에서 역대 가장 많은 안타(2478개)를 때렸고, 두 번째로 많은 경기(2178)에 출전했다. 16시즌이나 100안타 이상을 기록했고, 한국 나이로 불혹이던 2018년 7년 연속 150안타를 달성했다. ‘원클럽맨’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KBO리그에서 20년간 LG에 헌신했다.

한 점 부끄럼 없을 박용택의 커리어에도 치명적인 과오는 있다. 일명 2009년 ‘타격왕 사건’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수다.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이었기에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박용택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끄집어내며 ‘미움 받을 용기’를 냈다. 그는 2013년 페어플레이상을 받았을 때 "사실 내가 페어플레이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생각했다. 저 스스로 쑥스럽다"며 "야구를 좋아하시는 팬이라면 2009년 사건을 잘 아실 것이다. 페어플레이해야 할 위치에 있었는데, 그 시기에 그렇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어리석은 일을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조손가정 아동·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한 ‘2020 희망릴레이 캠페인(조손가정, 오순도순 희망신기)’ 기부금을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하고 있는 박용택(오른쪽). /대한적십자사 제공

최근 KBO리그에서는 사건ㆍ사고가 계속 터져나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최우선 가치로 내건 ‘클린베이스볼’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그라운드 안팎에서 각종 구설에 오르는 선수들이 많다. KBO리그 시절 박용택에게 다소 부족한 임팩트 있는 활약을 한 강정호(33)는 최근 KBO리그 복귀를 추진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20년 동안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사건ㆍ사고 한 번 일으키지 않은 박용택의 선수 생활은 야구 꿈나무들의 모범이 되기 충분하다.

야구선수가 야구만 잘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왔다. ‘성적이 부족하다’, ‘우승 경험이 없다’, ‘국가대표 경험이 부족하다’ 등의 이유로 박용택의 모범적인 커리어가 폄하되거나 과소평가 되는 건 ‘난센스’다.

앞으로 박용택보다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선수는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박용택처럼 클린베이스볼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선수가 많이 나오기 쉽지 않을 듯하다. 

잠실=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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