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콜라보로 탄생한 못난이 감자·고구마 이어 바다장어 밀키트 인기↑
유통업계 내 상생 영향력 확대 바람에 기여했다는 호평
(좌)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우)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 / 각 사 제공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손잡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출활로가 막힌 어가를 돕기 위해 나섰다. 감자와 고구마에 이어 폐기 위기에 처한 장어까지 살려내며 또다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매장과 신세계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에서 판매하는 '맛남의 광장 바다장어 무조림' 밀키트 구매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바다장어 무조림 밀키트는 지난 6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을 통해 탄생한 제품이다. 당시 방송은 코로나 여파로 수출이 어려워져 재고 900t이 버려질 위기를 맞은 통영 바다장어 어가를 소개했다. 백종원 대표는 장어를 쉽게 즐기고 소비될 수 있도록 간장덮밥과 무조림 메뉴를 개발했다. 해당 메뉴는 정용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이마트 내 바이어들과 협상을 거쳐 제품 출시로 이어졌다.

바다장어 무조림 / 이마트 제공

제품이 시판되자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SSG닷컴에서는 이미 지난 6일 방송 당일 자사몰에 입고된 밀키트가 전체 품절됐다. SSG닷컴은 이마트로부터 물건을 받는 대로 추가판매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이마트에서 할당받아 쓱닷컴에 입고된 양은 방송 당일 다 팔렸다”라면서 “현재까지 추가 입고는 안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협력은 앞서 두 차례나 성황리에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정 부회장과 백 대표는 생김새가 울퉁불퉁하고 손질이 어려워 상품성 없이 재고로 쌓인 못난이 감자 판로 확대에 손을 걷어붙였다. 이마트는 강원도 농가에 버려진 못난이 감자 30t을 매입해 900g 780원에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고, 감자는 이틀 만에 30t 전부 완판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백 대표가 정 부회장에게 못난이 감자 구매를 요청하는 모습 / SBS '맛남의광장' 캡처

이후 지난 4월에도 두 사람의 ‘케미’는 계속됐다. 당시 백 대표는 해남 고구마 농가를 찾아 버려질 위기에 놓인 못난이 고구마를 발견했다. 왕고구마 자체가 요리 시 잘 익지 않는 등의 이유로 상품성이 떨어져 450t의 재고가 쌓인 상황이었다. 이를 본 백 대표는 정 부회장에 고구마를 구매해달라 요청했고, 정 부회장은 이마트 유통채널을 동원해 판로를 조성했다. 이마트는 ‘해남 못난이 왕고구마’ 300t을 매입해 SSG닷컴,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5개 관계사와 함께 소비 확대에 힘을 보탰다.

이마트 할인마트는 6일간 준비한 213t을 모두 판매했고, SSG닷컴은 7t의 물량을 4일만에,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12t을 2일만에 완판했다. 신세계 푸드는 3t을 매입해 ‘고구마 연유 브레드’로 상품화하며 착한 소비를 지원했다.

비다장어 밀키트를 자신의 SNS에 홍보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이 과정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를 통한 판로지원 외에도 꾸준히 자신의 SNS에 제품 사진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가담하는 모습으로 대중들의 호평까지 받았다.

두 오너의 협업을 두고 일각에서는 농산물 가격 파괴로 시장 질서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판로로 유통되는 기존의 다른 농산물이 30% 이상 저렴한 못난이고구마 등의 제품을 이겨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장기간으로 보면 기업과 소비자, 농가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이 더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마트가 재고 상품 판매로 재미를 보자, 국내 여러 대형마트가 연이어 판로가 막힌 소위 ‘B급’ 농산물을 거두고 고객들에 저렴하게 선보이는 선순환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농가는 재고로 쌓인 물건을 처리하고, 소비자들은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면서 기업은 소비침체로 하락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기업은 농가를 돕는 착한 인상까지 구축할 수 있어 상생 이미지에도 주효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농가와의 상생 마케팅이 대중에게 인기를 끌고 활성화되면 타 기업에게도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다”라면서 “결국 기업들도 농가지원을 확대해나가며 착한 판매 바람이 커질 수 있을 것”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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