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고 고유민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악성 댓글(이하 악플)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자 프로배구 고(故) 고유민 사태가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 폐지로 이어지고 있다. 양대 포털은 기사는 물론 동영상 등 다른 서비스에도 추가 조처를 예고했다. 포털사이트가 악플 근절을 위해 칼을 빼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음은 지난해 10월부터 연예 뉴스 댓글을 폐지했다. 2월 20일에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 서비스도 종료했다. 네이버 역시 다음의 행보를 따르고 있다. 3월 5일부터 연예 뉴스 댓글과 연관 검색어 서비스를 중단했다. 네이버는 "현재 기술적인 노력만으로 연예인들의 고통을 해소하기에 부족함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연예 정보 서비스의 구조적인 개편이 완료될 때까지 해당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수많은 연예인이 악플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왔다. 고 설리와 구하라는 물론이고 앞서 세상을 등진 배우 최진실, 가수 유니 등도 악플에 시달렸다. 고유민 사태로 연예계를 넘어 체육계에 불고 있는 포털사이트의 댓글 폐지 바람의 실효성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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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로 걸러낼 수 있을까 
 
네이버는 7일 블로그에 "일부 선수를 표적으로 명예를 훼손하고 비하하는 댓글이 꾸준히 생성됐다. 모니터링과 기술을 강화했으나 최근 악성 댓글 수위와 그로 인해 상처받는 선수들의 고통이 간과할 수준을 넘었다고 판단한다"며 "네이버 스포츠뉴스 댓글 이달 중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스포츠 경기 생중계 ‘라이브 톡’은 당분간 유지되나, 욕설 등 악의적인 내용을 거르는 ‘인공지능(AI) 클린봇 2.0’을 적용하기로 했다. '네이버 티브이(TV)'에도 같은 기술이 적용된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도 같은 계획을 내놨다. "건강한 소통과 공론을 위해 마련한 댓글이 본연의 취지와 달리 특정 선수나 팀, 지역을 비하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악플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며 "7일부터 바로 해당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완전한 폐지가 아닌 잠정 중단이라는 점이다. 기술적인 측면이 보완되면 댓글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으로 악플 감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악플러들은 AI 알고리즘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낸다. 
 
대표적으로 욕설의 글자 사이에 숫자나 오타를 기입한다. '시1발'이나 한글과 영어를 혼합한 'ㅅHㄲIOF' 등이 있다. 또 개와 새의 이모티콘을 넣는 것도 방법이며, 일본어와 한글을 조합하는 형태의 욕설도 있다. 이런 것들 모두 AI가 감지하지 못한다. 여기에 '맘충' '꼴페미' 등과 같은 혐오적인 표현도 걸러내기 힘들다. 악플에 대한 세부적 기준이 모호해서다. 
 

악성댓글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구하라(왼쪽)와 설리 모습. 연합뉴스

◆ 그래도 악플은 존재한다
 
댓글이 폐지된 연예뉴스를 기준으로 살펴볼 때, 악플러들의 악플은 계속되고 있다. 댓글란 외 플랫폼에서 여전히 악플이 존재한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댓글 폐지는 '연예 뉴스'에 국한된다. '연예면'이 아닌 다른 섹션에 노출된 기사라면 댓글 작성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부 매체는 2개 이상의 섹션으로 중복 분류해 기사를 송출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리뷰 기사가 뜬금없이 '생활섹션' 등에서 목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스템의 허점이 존재하는 셈이다. 악플러들은 이런 빈틈을 파고든다. 
 
포털사이트를 대신할 플랫폼도 다양하다. '댓글 폐지'가 풍선효과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이나 네이버 기사 댓글이 아니어도 충분히 의견 표출이 가능하다. 특히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기사 공유가 쉽다. 얼마든지 의견을 가장한 악플이 횡횡할 수 있다. 뉴스 댓글을 대신할 수 있는 갖가지 '꼼수'가 가득한 가운데 제2의 고유민 사태를 막을 수 있을까.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가 표면적으로 다르지만, 이들 모두 팬과 대중의 응원과 지지를 먹고 사는 공인이다. 악플을 줄이면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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