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文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 검토"
시장 모니터링 넘어 불법행위 조사·처분까지 가능할 듯
학계 시선 부정적… "불법 행위 많아서 집값 오르는 것 아냐"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시대를 끝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 등을 감시하는 감독기구 설치를 예고한 가운데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학계 등 전문가들은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11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주택 문제가 당면한 최고의 민생과제”라며 “정부가 책임지고 주거 정의를 실현해 나가겠다.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고 투기는 반드시 근절시키겠다는 게 확고부동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을 시장에만 맡기지 않고 세제를 강화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게 세계의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주택을 투기 대상이 아닌 복지 대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서 일어나는 거래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상시 기구가 조만간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열린 부동산 정책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부동산 감독기구에 관해) 정부 내부적으로 의견이 제기된 바 있으나 본격적으로 검토한 바는 없다”며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도 있으니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필요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단 이 점검이 도입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 조직 내에서 부동산 시장을 감시·관리할 수 있는 기구로는 지난 2월 창설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이 있다. 대응반은 국토교통부가 주가 되고 검·경 포함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직원 1명씩을 파견받아 구성됐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부동산 감독기구는 대응반의 연장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 외형을 단순히 넓히는 게 아닌 별도 부동산 시장 감시·조사 기구를 구성하고 법령을 정해 완벽한 기능 수행을 보장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업계는 이 기구가 출범할 경우 ‘제2의 금융감독원’ 형태를 띨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 모니터링을 넘어 탈세나 대출 규제 위반 등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처분까지 일괄적으로 처리가 가능해진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행정기구 출범 소식에 전문가들은 아리송한 모습이다. 특히 학계는 부동산 감독기구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일단 거래가 엄청나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도 불법 행위가 많아서 집값이 오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수요·공급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그저 ‘투기 세력이 많으니 때려잡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어 “해외에서 부동산 시장 개입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내가 알기론 없다”며 “토지거래허가제도 과거 나치 외에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감독기구가 있다는 건 더욱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자대학교 교수) 또한 “가격 안정에는 어느 정도 기여하겠지만 거래가 상당히 위축될 거라 본다”며 “거래가 위축되면 부동산 관련 산업이 묻히고 지방 세수가 줄어 국가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엄포성 제도를 계속해서 시행함으로써 소비자들은 내성이 생긴다”며 “더 이상 정책이 나왔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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