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훈(가운데).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올 시즌 국가대표 투수들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김경문(62) 야구대표팀 감독으로선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된 것이 전화위복으로 비친다. 

지난 시즌 KBO리그 세이브왕을 차지한 SK 와이번스의 마무리 투수 하재훈(30)은 최근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SK 관계자는 10일 "하재훈이 어깨 통증을 호소해 8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한 결과, 오른쪽 어깨 극상근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의료진은 2개월 정도 재활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등에서 타자로만 활동한 하재훈은 2019 신인드래프트에서 SK의 지명을 받으며 KBO리그에 데뷔했다. SK 유니폼을 입은 뒤 투수로 전향한 그는 데뷔 첫해에 5승 3패 36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98을 올리며 세이브왕 타이틀을 따냈다. 시즌 후엔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승선해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그런데 데뷔 시즌 활약이 독이 됐다.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첫해부터 무리한 탓에 탈이 났다. 올 시즌 초반 빠른 공 구속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그는 15경기에서 1승 1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7.62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지난 6월 22일 2군으로 내려갔다. 퓨처스리그(2군) 3경기에서도 1패 평균자책점 11.57으로 부진했고, 결국 부상으로 사실상 올 시즌을 접었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매진할 예정이다.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회에 참가한 투수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올해 부상과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대표팀 선수들은 시즌 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나가면 정신적인 긴장과 육체적인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하재훈에 앞서 오른손 선발 이용찬(31ㆍ두산 베어스)이 지난 6월 초 팔꿈치 수술을 받아 시즌 아웃 됐다.

대표팀 터줏대감인 양현종(32ㆍKIA 타이거즈)과 차우찬(33ㆍLG 트윈스)은 최근 몇 년간 가장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양현종은 올해 16경기 6승 6패 평균자책점 5.92로 부진하다. 평균자책점이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 26명 중 최하위다. 차우찬 역시 올 시즌 롤러코스터를 타며 13경기 5승 5패 평균자책점 5.34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어깨 부상으로 이탈해 2군에서 재활 과정을 밟고 있다.

대표팀의 미래로 떠오른 이영하(23ㆍ두산)와 최원태(23), 이승호(21ㆍ이상 키움 히어로즈)의 사정도 매한가지다. 셋 다 꾸준히 선발 투수로 나가고 있지만, 평균자책점이 5점대에 이른다.

구원 투수들의 부진도 심각한 수준이다. 문경찬(28ㆍKIA), 고우석(21ㆍLG), 원종현(23ㆍNC 다이너스), 함덕주(25ㆍ두산)는 지난 시즌 같은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김경문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영건들의 약진은 대표팀에 호재이지만, 주축 투수들의 예상치 못한 고전은 김 감독에게 근심을 안긴다. 

물론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KBO리그는 11일 오전까지 720경기 중 385경기(약 53.5%)를 치렀다. 부진을 만회할 시간은 많이 남았다. 최원태, 이승호, 고우석 등 젊은 투수들은 최근 들어 반등의 기미를 보인다. 

예상 외 부진을 겪고 있는 국가대표 투수들의 반등 여부는 점차 치열해지는 순위 다툼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잠실=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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