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노년 여성의 차별을 다룬 ‘69세’가 베일을 벗었다.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갇힌 노인 여성이 스스로 차가운 현실과 싸우는 내용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차별 받아 마땅한 삶은 없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잔잔한 연출로 그렸다.

11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영화 ‘69세’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예수정, 기주봉, 김준경, 임선애 감독이 참석했다.

‘69세’는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69세 효정이 부당함을 참지 않고 햇빛으로 걸어나가 참으로 살아가는 결심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메가폰을 잡은 임선애 감독은 “노년 여성의 성폭행 사건을 다룬 칼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인상 깊게 본 문장이 있는데 우리 사회가 노인을 무성적 존재로 보는 편견이 가해자들이 타깃으로 삼는다는 것이었다”라며 “그런 약점을 이용한다는 게 충격적이었다”라고 돌이켰다. 이어 “물론 영화를 보시면 여성 노인을 다룬 주인공인 영화가 많지 않다”며 “워낙 중년, 노년의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도전의식도 있었던 것 같다.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라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예수정이 주인공 효정 역을 맡아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다. 예수정은 “노년의 삶을 주체적으로 다룬다는 게 좋았다”라며 “상당히 개인적인, 그 나이의 개인적인 삶이 있어서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연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29세 남성 간호조무사에게 치욕적인 일을 당한 효정 역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다. 예수정은 “69년을 살아오면서 인생의 고통을 많이 겪은 인물이라고 판단했다”며 “감정에 흔들리지 않도록 이 세월을 살아온 인물 그대로 표현되길 바라고 연기했다”라고 했다.

김준경이 가해자인 간호조무사로 분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이 캐릭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글 전체가 주는 이야기가 좋았다”며 “기꺼이 희생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선배들과 연기하면서 연기가 쉽지 않다는 걸 체감했다. 그저 선배들의 뛰어난 연기를 바라봤다”라고 했다.

또 캐릭터에 대해 “처음에는 이해하려고 했다. 이 일을 벌일 때 정말 좋아서 한 것이라고, 죄라는 의식이 없을 거라고 정당화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라고 했다.

임선애 감독은 예비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단순히 시놉시스나 예고편만으로 판단하지 마시고 한 번 보셨으면 한다. 그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라고 당부했다. 기주봉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영화”라고, 김준경은 “내 어머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제가 체험할 수 없던 나이대에 들어가서 생각할 수 있던 것 같다”라고 했다.

‘69세’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사진=OSEN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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