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구대 축구부 이태홍 감독 인터뷰
이태홍(오른쪽) 대구대 축구부 감독.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이태홍(49) 대구대학교 축구부 감독은 한국 축구 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로선 대학 축구와 프로 리그, 국가대표를 거쳤고, 지도자로선 각급 연령대 팀 감독을 두루 역임했다. 대구대 88학번인 그는 K리그 일화 천마(현 성남FC)와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고, 청소년 월드컵과 올림픽도 경험했다. 지도자로선 남해 축구클럽 감독과 안양 LG 치타스(현 FC서울) 유소년팀 감독, 경기청담중 감독, 대구대 코치를 맡은 뒤 2008년 경주대 초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2015시즌을 앞두고는 K3리그 경주시민축구단 감독에 올랐고, 현재는 대구대 축구부를 이끌고 있다.

◆요즘 선수들이 찾는 ‘즐거움’은 양날의 검

9일 경산시 한 카페에서 만난 이태홍 감독으로부터 한국 축구의 현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 축구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1986년 창단한) 대구대 축구부는 30년이 넘는 전통을 유지해 왔다. 과거 수도권엔 한양대와 연세대, 고려대, 경상도엔 대구대와 영남대, 부산엔 동아대, 전라도엔 호남대 등 대학들이 판도를 쥐고 있었다”며 “다만 지금은 축구 입시 제도가 바뀌면서 대학 축구가 평준화됐다. 특히 대학 재정 부족과 학생 수 감소 등으로 특기자나 체육부에 예산 지원이 적어지면서 많은 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1~3학년 선수 28~30명으로 팀을 운영 중이다. “대학 축구가 평준화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대구대가 전통이 있다 보니 지원하는 선수들은 아직까지 많은 편이다. 희망적인 부분이다”라고 웃었다.

그는 선수 시절인 1987년 캐나다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서 신태용(50), 서정원(50), 김병수(50) 등과 함께 대표팀을 8강에 올려놨다. 1991년 FIFA U-20 월드컵에선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해 대표팀 주장을 맡았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1994년 FIFA 미국 월드컵 최종 예선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나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론 1992년 일화 천마 시절 안양 LG와 맞붙었던 아디다스 챔피언십 결승전을 꼽았다. 이 감독은 “당시 전반전엔 동료 (신)태용이가 첫 골을 넣고, 후반 25분쯤엔 제가 45m 중거리 슈팅으로 추가 골을 넣어 우승을 차지했다”고 회상했다. 이 감독은 “대표팀에서 함께한 신태용, 서정원, 김병수 등은 88학번 동기들이다. 각자 위치에서 잘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공을 잘 찼던 친구들이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 시절 선수들과 요즘 선수들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배움의 길이 완전히 다르다. 옛날엔 축구로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으로 했다면, 요즘 아이들은 축구를 즐기면서 시작해 즐거움으로 끝내려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지금 선수들은 즐거움이 동반되지 않으면 하지 않으려 한다. 힘들면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 핵가족 시대라 부모들도 자녀에게 ‘하기 싫으면 그만 둬라’고 한다. 50~60대가 된 선수 출신들과 지금의 20~30대 선수들은 차이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요즘 선수들 중에선 즐거움을 갖고 발전해서 올라오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재능은 있지만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서 중도에 포기하는 선수들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대구대 축구부를 이끌고 있는 이태홍(오른쪽) 감독과 하혁준 코치. /박종민 기자

◆지도자로서는 ‘노력형 선수’ 선호

한국 축구가 수 년간 노력해 온 부분 중 하나는 축구 저변의 확대다. 이 감독은 “저변 확대가 요구되고 있지만, 확대 되더라도 정작 국가대표급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는 부류들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 한국 축구가 점점 힘들어지고 약해지고 있는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이 감독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선 ‘거품 빼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거품의 하나는 ‘이름값’이고, 다른 하나는 ‘고액 연봉’이다. 그는 “국내에선 이름값 있는 감독들을 쓰려 한다. 새로운 지도자를 쓰지 않으려 한다. 지도자 할 사람은 많은데 명성 등이 형성돼 있지 않은 감독들은 검증이 안된 걸로 보고 쓰지 않으려 한다”고 고백했다.

이 감독이 ‘노력형 선수’를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실력적으론 덜 훌륭하더라도 의지를 갖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를 좋아한다. 어느 수준에 근접하면서 나태해지는 선수보단 기능적으론 덜 우수하더라도 성실하게 노력하는 선수들을 선호한다. 모교 출신인 부천FC1995의 김강산(22)도 그 중 한 명이다”라고 전했다. 함께 자리한 수원 삼성 피지컬 코치 출신 하혁준(50) 대구대 축구부 코치 역시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이 먼저 돼야 한다. 감독님과 제가 선수들에게 늘 강조하는 부분이다”라고 거들었다.

이 감독은 일부 프로 선수들의 연봉 거품도 빠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스포츠는 돈을 쓰는 만큼 성적을 낸다고는 하지만,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에서 선수 연봉 10억 원은 위화감을 조성할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땅덩어리에 프로팀이 이 정도 존재하고 축구 기반이 이만큼 갖춰져 있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일부 시도민구단들은 적은 예산으로 국내 선수들에겐 연봉을 짜게 책정하면서 외국인 선수에겐 후하게 주고 들여오는 경우가 있다”며 “프로축구 우승 상금이 구단 1년 운영 예산의 30~50% 수준이라면 우승을 위해 외국인 선수를 들여오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상황인 지금 외국인 선수를 데려 오는 데 과도한 돈이 들어가고 있다. 차라리 국내 선수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인터뷰 내내 진지한 태도로 일관했다. 대구대 축구부뿐 아니라 나아가 한국 축구의 발전을 바라는 진심이 묻어났다.

경산=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