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11일 개봉) 흥행 열풍이 뜨겁다. 개봉 5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세계’(2013) 이후 재회한 황정민과 이정재의 조합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한국, 태국, 일본 등 3개국에 걸친 로케이션 촬영으로 돋보이는 화려한 미장센과 타격감이 넘치는 액션으로 실 관람객들을 매료시켰다. 메가폰을 잡은 홍원찬 감독은 기존의 누아르 영화와 차별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추격자’(2008) ‘황해’(2010) 각색가로도 활동한 홍 감독은 10년 전부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작업해왔다. 장편영화 ‘오피스’(2015)를 선보인 후 다시 시나리오 수정 작업에 매진해 현 버전을 탄생시켰다. 홍 감독은 “익숙한 구조에 차별성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나.

“10년 전이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가 기획했고 그 때는 ‘추격자’ ‘독전’ ‘황해’를 하기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를 찾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남자 이야기라고 했고 이걸 한 번 시나리오로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 때는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될 줄 몰랐다. (웃음) 초안을 쓰는 중에 ‘아저씨’라는 영화가 나왔다. ‘아저씨’가 흥행해 타이밍을 보기로 하고 다른 작품들을 작업했다. ‘오피스’로 연출 데뷔를 한 후 시나리오 작업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각색을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유이(박정민) 캐릭터를 크게 부각시켰다. 유이 캐릭터를 보완하며 어떤 식의 결말을 해야될지 가닥이 잡혔다. 익숙하게 아는 구조의 이야기이지만 차별성을 가질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오프닝 시퀀스가 압도적이다. 인남(황정민)의 청부살인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시선을 끌기 위해 공을 들인 티가 나는데.

“맞다. 임팩트 있게 빵 치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남의 청부살인 장면은 일본에서 촬영했는데 장소를 섭외하는 과정부터 동선까지 고민을 하지 않은 게 없다. 인남의 (살인) 방식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소개를 해줘야 했다. 그리고 살인을 즐기는 자가 아닌, 지쳐있는 인남의 모습으로 시퀀스를 마무리했다. 인남 캐릭터에 대한 베이스는 기존의 누아르 장르에서 이어져온 캐릭터들과 비슷하다. 어둠 속에서 일을 하고 공동체와 섞이지 못하는 모습 말이다. 이런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욕구를 인남에게 투영했다.”

-레이(이정재)는 압도적인 악역이다. 전사가 궁금하기도 하다.

“이 영화 자체가 인남을 따라가는 전개이기 때문에 차별점이 필요했다. 아이를 구하는 건 기존의 영화에서도 많이 등장한 플롯이니까. 아이를 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 속 누군가가 쫓아오면 이 인물이 더 급박해지지 않나. 쫓아오는 인물로 레이 캐릭터가 필요했고 디테일한 의상과 콘셉트는 이정재가 아이디어를 많이 줬다. 엄청난 연구를 한 것 같았다. 레이의 비중이나 전사가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밸런스에 대한 고민을 늘 했다. 인남을 따라가는 영화다 보니 레이의 비중을 더 늘릴 수 없었다. 나 역시 레이를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있다. (웃음)”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황정민과 이정재의 조합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가 컸다. 처음 캐스팅이 됐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

“막상 캐스팅은 크게 의지를 안 했다. 황정민이 출연 제안에 쉽게 응해 놀랐다. 이정재 역시 이렇게 센 악역을 할까 했는데 흔쾌히 응해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캐스팅 당시에는 ‘신세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는데 프리 작업을 하면서 이야기가 많이 들렸다. 그러면서 부담을 느끼기도 했는데 우리 영화대로 잘 구현하면 전혀 다른 캐릭터이고 스토리인 만큼 관객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추격자’ ‘황해’에 이어 두 남자의 추격을 그린 영화를 작업했다. 이 영화만의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추격자’는 말 그대로 정통 스릴러에 가까웠다. 이야기의 틀이 잘 짜여서 정교하게 만지는 작업이었다. 우리 영화 같은 경우는 액션 장면들이 굉장히 많다. 액션을 위해 이야기의 진행을 빠르게 해야 한다. 이야기를 간결화시키는 작업을 많이 했다. 이야기보다 캐릭터에 더 힘을 주려고 했다. 인남과 레이가 맞붙는 시너지에 공을 들였다. 대사도 많이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독인 나에게도 모험이고 실험이었다. 표정과 분위기를 최대한 살렸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재심의 끝에 청소년 관람불가에서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는데.

“사실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고 싶었다. 이야기와 톤이 무거울 뿐이지 잔인한 장면 자체를 찍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잔인한 장면이나 하드 고어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촬영할 때 일부러 잔인한 장면을 찍지 않기도 했다. 두 남자의 집착과 광기를 보여줄 뿐이다. 배경이 태국이라 이 분위기 자체를 세게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다. 굳이 어떤 장면을 들어내는 게 아니라 편집의 리듬을 찾으려고 했다. 전체적으로 많이 고민했다.”

-결말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듯하다. 원죄를 가진 인남이라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는 건가.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부터 원죄를 가진 인물이 목적을 달성해 행복하게 끝나는 엔딩을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 인물 자체가 갖고 있는 태생적인 게 있는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게 이야기의 틀에 맞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어떻게 말하면 엔딩은 구원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유이(박정민)와 아이라도 편할 수 있게 말이다. 나름대로 이 장면 역시 다른 영화와 차별성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인터뷰②] 로 이어집니다.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