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올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괴물 투수'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9회초 2아웃에서 나온 블론 세이브로 안타깝게 시즌 2승을 눈앞에서 날렸다. 하지만 시즌 초반 우려를 낳았던 구속과 제구가 살아나면서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했다. 숙제는 옥에 티로 남은 볼넷이다.
 
류현진은 12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살렌필드에서 열린 2020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임시 홈 구장인 살렌필드에서 펼쳐진 이날 경기에서 6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4-1로 앞서던 9회초 2아웃 상황에서 마무리 앤소니 배스가 동점 스리런 홈런을 내주면서 류현진의 시즌 2승은 불발됐다.
 
비록 승수는 쌓지 못했지만 투구 내용만 보면 아쉬움보다 기대와 성과가 더 많았다. 이날 올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6이닝을 채운 것도 올해 들어 처음이다. 시즌 초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두 경기 연속 5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강판된 부진을 확실히 털어냈다.

류현진은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25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4.2이닝 3실점, 같은달 31일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는 4.1이닝 5실점을 기록하며 흔들렸다. 6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5이닝 무실점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고, 이날 '도깨비팀' 마이애미를 상대로 호투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시즌 평균자책점(ERA)은 5.14에서 4.05으로 끌어내렸다.
 
특유의 팔색조 투구에 직구를 주무기로 사용하며 마이애미 돌풍을 잠재웠다. 지난해 105패를 기록했던 마이애미는 올 시즌 환골탈태해 이날 경기 전까지 7승 3패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렸다. 개막 시리즈 2승 1패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팀 내 확진으로 8일간 강제 휴식에 들어갔고, 이후 5승 2패로 지구 1위를 질주 중이다. 기세가 오른 마이애미를 상대로 류현진은 노련한 피칭으로 제 몫을 해냈다.
 
특히 이날 경기 관건이었던 패스트볼의 구위가 살아난 것이 고무적이다. 경기 초반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다소 불안했고, 8명이 배치된 마이애미 우타자들이 체인지업에 크게 반응하지 않으며 애를 먹었다. 2회초 선두타자 브라이언 앤더슨에게 내준 솔로포 역시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얻어 맞았다. 체인지업이 통하지 않자 패스트볼과 커터로 돌파구를 찾았다. 최고 구속은 91.9마일(시속 약 148km)까지 나왔고, 간간이 섞어 던지는 커브와 커터는 마이애미 타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류현진은 평균구속 시속 144.0km를 찍은 패스트볼을 가장 많이 뿌렸다. 모두 43개를 던졌다. 주무기인 체인지업(평균구속 137.2km/h) 21개, 커브(평균구속 116.3km/h) 10개를 섞으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구사했다. 우타자 몸쪽을 빠르게 찌르는 직구와 상대 타이밍을 빼앗는 바깥쪽 체인지업, 커터와 커브 등이 위력을 발휘했다. 결정구도 다양했다. 패스트볼 3개, 커터 2개, 체인지업 1개, 커브 1개를 결정구로 사용하며 삼진을 잡아냈다. 팀의 제1선발다운 충분히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다. 

남은 숙제는 볼넷이다. 마이애미와 경기에서 2개의 볼넷을 기록한 류현진은 앞선 4차례 등판에서 각각 3개, 1개, 3개, 2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내내 단 24개의 볼넷만 허용했지만, 올 시즌 들어 5경기 만에 11개의 볼넷을 내줬다. 60경기 초단기 레이스로 치르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볼넷이 떠올랐다.
 
1할대 득점권 타율에 허덕이던 토론토 타선은 경기 중반 응집력을 보였다. 5회까지 단 1개의 안타만 뽑아내는 빈타에 허덕였지만 6회 반전을 이뤘다. 0-1로 뒤진 6회말 공격에서 연속 2루타로 찬스를 잡았고, 보 비셋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아치를 쏘아 올리며 류현진을 함박웃음 짓게 했다. 3-1. 큰 것 한방으로 단숨에 승기를 잡은 토론토는 7회 추가점을 올리며 4-1로 도망갔다.
 
문제는 마무리였다. 류현진에 이어 투구판을 밟은 라파엘 돌리스는 1이닝을 안타나 볼넷 없이 완벽하게 틀어 막고 홀드를 기록한 채 조단 로마노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로마노 역시 1이닝을 지켜내며 경기는 9회로 넘어갔다. 이날 경기 전까지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던 마무리 배스가 토론토의 승리와 류현진의 시즌 2승을 지키기 위해 올라왔지만 오히려 마이애미 타선에 불을 지피며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결국 승부는 10회 승부치기 끝에 트래비스 쇼의 결승타에 힘입은 토론토의 5-4 승리로 끝났다. 승리투수로는 A.J. 콜이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은 18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경기에 선발등판이 유력하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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