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블랙몬이 12일(한국시각) 현재 5할 타율을 기록하며 올 시즌 꿈의 4할 타자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1941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위대한 타자 테드 윌리엄스(0.406) 이후 무려 79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꿈의 4할 타자'가 올 시즌 탄생할 수 있을까. 
 
◆ 블랙몬이 4할 타율 달성 가능성 높은 이유
 
그동안 쟁쟁한 타자들이 윌리엄스의 4할 타율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1980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조지 브렛(0.390), 1994년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토니 그윈(0.394) 등이 4할에 근접했지만 대기록을 깨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4할 타자 배출 가능성이 높다. 
 
현재 4할 타율에 가장 근접한 타자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외야수 찰리 블랙몬이다. 12일(한국 시각) 현재 타율 5할을 기록 중이다. 블랙몬을 둘러싼 환경도 대기록 작성에 유리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20시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종전 162경기가 아닌 60경기 초단기 시즌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블랙몬의 홈 구장은 타자 친화구장으로 유명한 쿠어스필드다. 
 
특히 쿠어스필드가 블랙몬의 대기록 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1993년 창단한 콜로라도는 원년 안드레스 갈라라가를 시작으로 2017년 블랙몬을 포함해 모두 10명의 타격왕을 배출했다. 쿠어스필드에선 평범한 플라이로 끝날 타구가 홈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만큼 타자의 타율이 올라갈 여지가 큰 곳이다. 
 

1941년 4할 타율을 기록한 테드 윌리엄스(오른쪽). 연합뉴스

◆ 4할 타자는 왜 사라졌나
 
윌리엄스 이후 79년간 왜 4할 타자는 나오지 않았을까. 진화 생물학자이자 야구광으로 유명한 스티븐 제이굴드의 흥미로운 가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제이굴드는 1901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전 선수의 타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상위 5위의 평균 타율과 하위 5인의 평균 타율의 격차가 매년 줄어드는 걸 발견했다. 그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향상하면서 동시에 평균화된다'는 법칙성이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제이굴드는 4할 타자가 사라진 게 타자들의 실력이 하락한 게 아니라 반대로 레벨이 향상돼 양극단이 평균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선수들의 능력은 평균 이상이지만 수비를 비롯한 야구 환경이 발전하면서 불필요한 전술이나 기량이 떨어진 선수가 퇴출당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4할 타자는 1876년 타율 0.429를 기록한 로스 반스다. 당시 볼넷으로 출루하기 위해선 볼 9개가 필요했고, 투수는 타자가 지정한 높이로 공을 던져야 하는 등 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규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최저 타율은 0.151에 그쳤다. 지금과 같은 배터리(투수와 포수) 거리가 약 18.44m가 된 1894년에는 보스턴 비니터스의 휴 더피가 타율 0.440을 기록했다. 리그 평균 타율은 0.309였지만 리그 최저 타율은 0.248이었다. 
 
KBO리그도 마찬가지다. 1982년 원년 시즌 최고 타율은 백인천 당시 MBC 감독 겸 선수의 0.412였다. 이 해 타율 2위 윤동균(OB)의 타율은 0.342였으며, 3할을 넘긴 타자는 12명이었다. 반면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 최저 타율은 삼미 김무관의 0.217였다. 이후 100여 년의 역사 동안 메이저리그 타율은 평균 0.260에서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4할대와 1할대의 극단적 사례가 줄어들고 평균으로 수렴하는 모양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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