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푸틴 대통령 "딸 백신 접종" 주장에도 효능·안정성 의구심
美 고위급 인사 "러시아 백신, 과학적 데이터 없어" 비판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러시아의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 및 글로벌 제약·바이오사의 개발 가시화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내 기업이 개발한 토종 백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기업들이 상업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비쳤고, 미국과 중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앞다퉈 백신을 싹쓸이하고 있어서다.

12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 세계 임상시험은 979건이다. 3월11일(56건)고 비교하면 17.5배 증가한 수치다.

백신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주목 기업은 미국의 모더나와 화이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시노백 등이다. 이들이 발굴한 후보질은 임상2상 또는 3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는 2건의 임상이 진행 중인데, 해외보단 개발 속도가 늦다. 제넥신은 1·2a상을 진행 중이고, 상용화 목표는 내년 하반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임상(동물시험)을 하고 있며, 다음 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앞다퉈 백신을 싹쓸이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영국 등은 제약사들로부터 선구매한 코로나 백신은 25억회분에 달한다. 이에 대부분의 개발도상국과 백신 쟁탈전에서 밀린 국가들은 상당 기간 백신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우리나라도 아직까지 코로나 백신을 확보한 사례가 없고, 중국은 대부분 자국에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임상3상에 진입한 화이자나 모더나는 수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모더나는 백신 1회 투여분에 32∼37달러(약 3만8000∼4만4000원)의 가격을 책정했다. 이는 화이자가 개발 중인 백신(1회 투여분 19.5달러)보다 비싸다. 뿐만 아니라 2회 접종해야 항체가 충분히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가격은 64∼74달러(약 7만6000∼8만8000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개발 최종 단계인 임상3상을 건너뛴 것은 물론,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을 '과학적 데이터'도 없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승인을 받으려면 임상3상을 마쳐야 하고, 유럽도 마찬가지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ABC와 인터뷰에서 "백신 최초 개발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갖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 역시 폭스뉴스에 "미국 FDA가 설정한 기준은 훨씬 더 엄격하다"며 "내가 아는 한 러시아가 발표한 건은 우리가 있는 곳 근처에도 못 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백신 안전성 문제에 대해 주요 외신들도 꼬집었다. 산제이 굽타 CNN방송 의학담당 기자는 이날 방송에 출연해 "당연히 나는 (러시아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라며 "이 백신에 대해 아는 것도, 확보된 데이타도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미국과의 백신 개발 경쟁을 의식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승인했을 것으로 해석한다. 제품명을 냉전 당시인 지난 1957년 옛 소련이 개발한 세계 첫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V'로 결정한 것이 이같은 해석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GDP 3만달러 넘는 나라에 그 어떤 기업도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백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입장을 바꿔서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등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 팬데믹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주도권을 잡았다고 생각해보라. 답은 금방 나온다"며 "장기적으로 국내사가 개발한 백신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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