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 /이정인 기자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저 ‘졸렬택’ 맞아요. ‘졸렬’의 정확한 의미도 찾아봤는데 아주 정확했어요. 그때 제 모습이 딱 그랬거든요. 하지만 그 이후로는 최대한 졸렬하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했어요.”

‘쿨가이’라는 별명처럼 시원시원했다. 많은 것을 내려놓은 노장 박용택(41ㆍLG 트윈스)의 얼굴에선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묻어났다.

최근 며칠 사이 박용택 ‘은퇴 투어’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올 시즌을 끝으로 19년을 뛴 LG에서 유니폼을 벗는 박용택을 위해 은퇴 투어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과 박용택은 그럴 만한 대상이 아니어서 반대한다는 의견이 충돌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논란 당사자가 된 박용택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를 치르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은퇴 투어' 얘기를 담담히 풀어갔다. 10년 만에 야구 기사 댓글을 봤다는 그는 "공식적으로는 그런 얘기가 오갔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반대) 생각을 가지신 분들께도 감사하고 고맙다. 상대 팀 홈 구장에서 함께 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안 하는 게 맞다”면서 “댓글을 많이 읽어 봤다. 퓨처스(2군)에 있으면 할 일이 없어서 웬만한 건 다 읽어 봤다. 저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거의 다 맞는 말이다. 팬들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느꼈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박용택은 과오인 2009년 ‘타격왕 밀어주기 사건’을 스스로 끄집어냈다. 팬들이 은퇴 투어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이 사건이다. 그는 2013년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도 이 사건을 언급하며 사과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먼저 얘기를 꺼내며 지난날의 잘못을 참회하는 ‘용기’를 냈다.  "솔직히 이번 일들이 커진 건 2009년 타격왕 할 때의 사건 때문일 것"이라며 “생각해 보면 그 일이 아니더라도 야구장에서든 밖에서는 그렇게 살았단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용택. /OSEN

프로야구 현역 최선임자인 그는 자신의 은퇴보다 뒤이어 은퇴할 후배들의 앞날을 걱정했다. “제 문제는 이제 중요하지 않지만 앞으로 은퇴하게 될 슈퍼스타 후배들이 많다. 무슨 이유로든 흠집이 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이런 행사가 무산되서는 안 된다”며 “주제넘지만, 저를 응원하고 사랑해주시는 팬들도 ‘다음에 누구 은퇴할 때 보자’ 그런 마음도 갖지 마시고 졸렬하지 않게, 아름답게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박용택은 이제 온전히 그라운드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지난달 6월 23일 키움 히어로즈전서 햄스트링을 다친 박용택은 재활을 끝마치고 12일 1군에 복귀했다. "이제 간절하게는 못 뛴다. 간절하게 뛰면 햄스트링 터진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80%로 뛰는 대신 간절하게 쳐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시즌이 절반 이상 지나갔고 한 경기한 경기가 소중한 순위싸움 하고 있는데 제 은퇴 문제로는 오늘부로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19년간 쉼 없이 달려온 박용택은 마지막 한 페이지만 남겨 놓은 자신의 야구사전에 ‘우승’이라는 한 단어만 적었다. 야구인생의 마지막 목표는 ‘우승택’이라는 별명과 함께 명예롭게 유니폼을 벗는 것이다. “은퇴식도 인위적인 것보다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장식하고 싶다. 거기서 헹가래 받는 은퇴식이 됐으면 하는 꿈을 꾼다.”

잠실=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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