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글렌다박 기자] 올해 3월부터 포털 사이트에서 연예 뉴스 댓글 폐지가 되었다. 연예인의 인격권 침해 등을 보호하기 위해 부정적인 댓글을 없애자는 취지다. 그리고 이것은 IOC 유승민 선수위원 겸 대한탁구협회장이 ‘‘스포츠뉴스 댓글 금지법’ 발의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에게 요청한다’는 내용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스포츠 뉴스 댓글 폐지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연예 및 스포츠 뉴스의 댓글 폐지는 콘텐츠의 반응과 여론을 확인하기 어렵고, 팬들의 소통 창구를 없애버린다는 단점이 있다. 문화칼럼니스트를 비롯한 많은 분야 전문가들은 뉴스 댓글 폐지에 대한 장, 단점을 저울질한다. 하지만 답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

◆ 악플과 극단적 선택의 상관관계

프로배구 현대건설에서 7년간 선수 생활을 했던 고유민 선수는 1일 세상을 떠났다.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팬들의 고의적 ‘악성 댓글’ 또한 한몫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5월, 그는 SNS에 “제 팬도 아니신 분들이 저한테 어쭙잖은 충고 같은 글 보내지 말아 달라. 남일 말고 본인 일에 신경 써주길 바란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고,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지만, 팬들은 고유민 선수에게 개인적으로 악성 메세지를 보냈다. 사후 공개된 일기장에는 “악성 댓글부터 SNS 댓글 테러와 개인 메시지 모두 한 번에 와서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라고 적혔다.

미국 프로 미식축구(NFL) 선수였던 켄드릭 맥켄리는 2008년 대학 시절 올스타 후보에 들 정도로 전도유망한 선수였으나 드래프트로 덴버 브롱코스팀에 지명되어 프로 선수가 된 지 1년 채 되지 않아 무릎 부상으로 인해 선수 경력의 위기를 맞았다.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고 빚이 쌓이면서 경제생활이 힘들어졌고, 미래에 대한 암울함은 그는 도박의 세계로 이끌었다. 당연히 빚은 더 많이 쌓여 갔고, 우울증을 이기지 못했던 맥켄리는 2009년 총을 들어 목숨을 끊었다. 그의 나이 스물셋이었다. 신시내티 레즈,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의 구단을 거친 메이저리거 선수로 아직도 팬들에게 기억되는 라이언 프릴 역시 서른여섯의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2009년 부상으로 인한 은퇴 이후, 사망 직전까지 반복적인 얼굴, 머리의 충격으로 인한 충격으로 운동선수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만성 외상성 뇌병증`으로 투병하고 있었다는 것이 알려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복싱 선수 다렌 서덜랜드는 1982년생으로 2009년 27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사인은 우울증으로 알려졌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사이클 여자 단체추발 은메달리스트인 켈리 캐틀린은 훈련 중 사고로 뇌진탕의 후유증을 겪던 그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23세였던 2019년 세상에 작별에 고했다.

필자는 스포츠 선수 중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해외 선수 약 100여 명의 사인을 찾아보았다. 그 중, 팬의 ‘악성 댓글’이 이유가 된 선수는 없었다.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댓글’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미지 트레이닝

선수들이 ‘악성 댓글’을 넘어 경기 도중 비난을 받는 상황도 존재한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 비방, 야유 등 말이다. 성남시체육회 복싱팀의 이옥성 코치는 “경기장에서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주눅이 들면, 경기를 원하는 대로 풀어나갈 수 없다. 그렇기에 관중이 내는 소리는 무조건 자신을 응원하는 환호라고 생각하도록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라고 말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수영 감독이자 현 CRS 클럽의 박성원 감독은 ‘소음을 유발해 훈련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고안했으며, 용인대 격기지도학과의 김주영 교수는 “경기 전 최대한 현장의 상황을 연출하여 음악이나 관중 소리를 틀어놓고 훈련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맥락으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인 고기현 쇼트트랙 국제심판 역시 “올림픽의 경우, 경기장의 규모가 크고 소음도 엄청나서 훈련 시 시끄러운 음악이나 미리 녹음해둔 관중 소리 등을 크게 틀어놓고 훈련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감독과 코치들은 코치박스에 있지만, 소음으로 인해 지시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합의된 몸짓과 손짓을 수시로 확인하고 집중하는 훈련을 한다”고 훈련 방법을 소개했다.

이렇게 경기장의 ‘소리’에 익숙해지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선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방법도 있다. 이배영 종로구청 여자역도감독은 “단시간에 힘을 쓰는 종목인 만큼 단일 동작에 세뇌하듯 지속해서 반복하여 그 동작 외에 다른 것에는 신경이 가지 않도록 훈련한다”고 말했고, 국가대표 남자 레슬링팀의 정지현 코치는 “시합 시간이 매우 짧고 잠깐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실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선수는 못 느끼고 지나칠 수 있을 만큼 상대 선수에게만 완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라고 밝혔다. 유도 국가대표 출신인 안철웅 관장과 중국 국가대표 송대남 총감독도 ‘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오로지 상대 선수에게만 집중하는 것’을 강조했다.

◆ 댓글과 커뮤니티

필자는 국내 여러 언론사는 물론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언론사 뉴스를 인터넷에서 매일 읽는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댓글을 달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포털 사이트 가입체계와 달라 마음만 먹으면 여러 가계정도 만들 수 있으며, 신분도 밝히지 않아도 된다. 표현의 자유가 한국보다 훨씬 더 개방적인 나라인 만큼 내용도 신랄할 수 있다. 또한, 기사의 댓글마다 언론사가 직접 개입하여 ‘언론사가 선택한 댓글’, ‘독자가 선택한 댓글’이 선정되어 올라온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사의 댓글 창이 각 기사 끝에 따로 클릭해야만 열리기는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독자나 기사의 내용에 언급된 본인으로서는 댓글을 마주하여 읽는 것이 무조건적이지 않다. 독자들도 자신의 표현을 마음껏 할 기회가 있으면서도 댓글을 읽고 싶지 않은 독자는 굳이 읽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과거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는 포털 사이트의 카페가 활성화되며 연예인, 스포츠 스타의 온라인 ‘팬클럽’ 공간이 생겨났다. 그 안에서 팬들은 하나가 되어 스타들을 응원하며 온,오프라인으로 만나 친목을 다지고 소통했다. 이후, 2000년대 후반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유행하면서 팬들은 스타들을 온라인상이지만 ‘직접’ 대면하여 소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악성 댓글’은 드물었다. 모두의 아이디는 본명을 밝히고 있었고, 댓글은 ‘실명제’였기 때문이다. 현재 스포츠 언론사들의 기사는 대부분의 SNS,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공유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시점에서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추천한다. 블로그, 카페, 그 외 커뮤니티 사이트 등 공동의 팬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기사 공유를 하여 기사에 대한 의견을 직접 나누며 소통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기사에 대한 댓글을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인원에게도 예의가 지켜지면서 공론의 창구는 계속 존재하게 된다.

◆ SNS는 선택이다

포털 사이트를 떠나 선수들은 꾸준히 경기 영상을 모니터해야 한다. 때문에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 등에서 악성 댓글을 대할 수 가능성이 있다고도 하지만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다. 성남시체육회의 이옥성 코치는 “경기 영상은 현장에서 녹화하여 직접 분석한다. 국제 대회의 경우 세계선수권대회 영상은 집행부에 요청하여 전 경기 영상을 받아볼 수 있다. 올림픽 경기는 방송으로 송출되기에 그것을 참고한다”라며 경기 영상 모니터에 관련된 비법을 공유했다. 이런 방법이라면 악성 댓글은 고사하고 제 3자 반응은 배제한 객관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할 수 있다. 국내 프로 선수라면 전력분석팀에서 필요한 영상자료를 모아 받는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4일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오지환과 김영은 전 광주MBC 아나운서 부부는 100명 이상의 악성 댓글 및 메시지를 보낸 혐의자를 대상으로 고소했다.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은 “너희 어머니 임신했을 때 계단에서 밀었어야 했는데…”라는 내용의 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올해 초 프로농구 KCC 이지스의 귀화 선수 라건아는 “가족, 욕설, 인종차별 메시지를 거의 매일 받는다”라며 술회했다. 위에 언급한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SNS상에서 벌어진 일이다. 특정 스포츠팀이나 선수 SNS 계정에 팬들이 선수 경기내용 혹은 선수 개인에 대해 비방하는 댓글을 남기는 것은 흔해진 현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SNS 계정에 게시글을 올려 팬들과 소통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선수 개인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스포츠 뉴스 댓글 금지법’ 발의를 요청한 IOC 유승민 위원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SNS에 악성 댓글을 남기는 이들은 실명제를 한다고 해도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경기 중 관중의 방해에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여 이겨내는 것이 프로이며, 그것이 위대한 선수의 정신력이라는 것은 우리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악성 댓글을 남기는 이들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SNS가 ‘선택’인 이상 선수에게 자기관리의 영역이다. 만약, SNS를 하여 삶의 질이 낮아지고 경기력에 영향을 받는다면 과감히 그만두는 것은 어떠할까.

글렌다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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