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찬-장현식-김태진-박정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소문만 무성하던 NC 다이노스발 트레이드가 현실이 됐다. 선두 NC가 ‘깜짝 딜’을 만들며 창단 첫 우승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NC는 12일 KIA 타이거즈 투수 문경찬(28)과 박정수(24)를 받고, 투수 장현식과 내야수 김태진(이상 25)을 내주는 2 대 2 트레이드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7일~9일 광주에서 펼쳐진 양팀의 3연전 때 김종문 NC 단장과 조계현(56) KIA 단장이 만나면서 트레이드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NC가 먼저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올 시즌 선두를 달리고 있는 NC는 심각한 불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13일 오전까지 불펜 평균자책점이 6.13으로 꼴찌다. 리그에서 불펜진 평균자책점이 6점대인 팀은 NC가 유일하다. 불펜 붕괴의 여파로 최근 10경기에서 3승 7패로 부진해 선두 수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결국, NC는 트레이드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최하위 한화 이글스와 불펜 트레이드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성사되지 않았고, 올 시즌 불펜 강팀 KIA와 트레이드했다. 필승조와 마무리 경험이 있는 문경찬을 영입해 대권 도전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문경찬은 지난 시즌 KIA의 마무리를 맡아 24세이브 평균자책점 1.31로 맹활약했다. 현 상황에서 NC가 확보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라는 평가다.

김종문 NC 단장은 13일 본지와 통화에서 “문경찬은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선수이고, 위기 상황을 많이 경험했다. 구위도 여전히 뛰어나다. 우리 팀 불펜에서 큰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NC는 추가 트레이드 가능성도 열어놨다. 김 단장은 “트레이드라는 건 상대와 조율을 해야 이뤄질 수 있는데 다른 팀에서 먼저 제안이 올 수도 있다. 트레이드 마감일이 며칠 남은 만큼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트레이드는 KIA의 손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KIA도 이번 트레이드로 쏠쏠한 전력보강을 했다. 당장 필요한 전력을 채웠다. 우완 ‘파이어볼러’인 장현식과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김태진을 품으며 5강 진출을 위한 상승 동력을 얻었다.

장현식은 최고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유망주로 한때 NC 마운드의 최고 유망주로 꼽혔다. 최근 선발로 전환한 그는 애초 14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NC의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트레이드 대상에 포함돼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김태진도 정확한 타격과 야구 센스, 빠른 발을 갖췄다. 2루와 3루 수비에 외야 수비까지 소화할 수 있어 활용폭이 넓다. 김선빈(31)과 류지혁(26)이 모두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고, 마땅한 주전 3루수가 없는 KIA에는 김태진의 합류가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맷 윌리엄스(55) 감독도 이번 트레이드에 만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현 KIA 단장은 트레이드 직후 본지에 “장현식은 선발과 필승조를 모두 소화할 수 있고, 빠른 공을 던지는 유망주다. 장현식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믿고 있다. 김태진은 멀티 자원이고, 빠른 발과 공격력을 갖춘 선수다. 근성 있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다. 김선빈과 류지혁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고, 김규성은 성장할 시간이 더 필요하기에 우리 팀 내야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해 NC에 김태진을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KIA에도 지난해 마무리 투수 문경찬을 내주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무리로 안착한 전상현(24) 등 다른 불펜 투수들을 믿었고, 선수의 앞날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조 단장은 “문경찬이 작년 마무리를 해준 것에 대해선 고마운 마음이 있다. 하지만 올해 (전)상현이가 마무리가 되면서 (문)경찬이 입지가 애매해졌다. 우리도 교통정리가 필요했고, 문경찬도 자신을 더욱 필요로 하는 곳에서 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KBO리그를 살펴보면 트레이드 마감시한이 임박해 이뤄진 트레이드가 종종 있었다. 2011년 마감일에는 심수창, 박병호(이상 당시 LG 트윈스)와 송신영, 김성현(이상 당시 넥센 히어로즈)의 2 대 2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박병호는 이 트레이드를 계기로 잠재력을 만개하며 KBO리그 최고 타자로 올라섰다.

2017년 트레이드 마감날엔 KIA 타이거즈와 넥센이 김세현(33ㆍ현 SK 와이번스)과 이승호(21)를 주고받았다. 김세현은 새 유니폼을 입은 뒤 KIA 불펜에 힘을 불어넣으며 팀의 통합우승에 이바지했다. 이승호는 키움으로 이적한 뒤 KBO리그 대표 영건으로 성장했다. 

2011년 트레이드는 KBO리그 역사를 바꿨고, 2017년 트레이드는 KIA 우승의 마지막 퍼즐이 됐다. 올해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사흘 앞두고 성사된 NC와 KIA의 '빅딜'도 올 시즌 프로야구 판도를 뒤흔들 '태풍'이 될지 관심을 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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