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찬 감독./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코로나19가 재확산 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흥행 열풍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한국, 태국, 일본 등 3개국에 걸쳐 촬영한 이국적인 풍광과 황정민, 이정재를 주축으로 한 하드보일드 액션이 관객들의 빠른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개봉 12일 만에 손익분기점 350만 명을 돌파하며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물론 장르의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기시감이 들기도 하지만 홍원찬 감독은 차별화된 캐릭터 구축으로 이를 최소화했다. 홍 감독은 “각색 과정에서 유이(박정민)의 캐릭터에 많은 변화를 줬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유이 역은 기존의 느와르 장르에서 쉽게 보지 못한 캐릭터다.

“유이 캐릭터가 사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그리 비중이 크지 않았다. 유이 캐릭터를 보완하면서 어떤 차별성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익숙하게 아는 구조의 이야기 속에서 말이다. 또 유이 캐릭터를 통해 어떤 결말을 해야 할지 가닥이 잡혔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원형 자체에 기시감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포스터.

-유이 캐릭터는 원래 트렌스젠더였나.

“원래 트렌스젠더이긴 했다. 10년 전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있던 캐릭터지만 부각시킨 것이다. 전체 큰 타이틀은 두 남자의 이야기지만 기존에 없던 캐릭터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봤다. 박정민이 연기를 너무 잘해줘서 고마웠다.”

-박정민의 각선미가 돋보인다는 평도 있다.

“피팅할 때도 다리가 예뻐서 다들 깜짝 놀랐다. (웃음) 촬영 감독님이랑 함께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억지로 뭘 하지 않아도 묘하게 밸런스가 있었다. 꽃미남처럼 여성스럽지도 않은 비주얼이지 않나. 그런 게 충돌하면서 주는 코미디가 있었다. 너무 센 캐릭터들이 나오기 때문에 무겁게 시간을 긴 시간을 끌고 가면 관객들이 지친다. 그런 감정을 상쇄하기 위한 캐릭터가 유이인데 박정민이 연기를 참 잘했다.”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였을 텐데 디렉션을 준 게 있나.

“일부러 디렉션을 주지 않았다. 틀을 잡아주면 그 안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해석한대로 보여주길 바랐다. 박정민과 ‘오피스’ 때도 함께 작업해 잘 알고 있지만 워낙 어떤 연기를 할 때 준비를 많이 한다. 늘 공부한다. 공부를 잘 하는 친구인데 굳이 열심히 하라고 얘기할 필요가 없지 않나.”

-최희서와 박명훈의 캐스팅이 의외였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의외의 캐릭터였으면 했다. 배경이 한국이 주가 아니다보니 너무 익숙한 배우가 나오지 않았으면 했다. ‘아, 또 이 사람이야?’라고 느껴질 배우가 아니기를 바랐다. 낯선 공간에 익숙한 사람이 나오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물론 최희서도 주연을 맡으며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지만 그 당시 상업영화는 이 작품이 처음이라고 했다. 전작을 못 본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줬는데 ‘박열’을 10분 정도 보고 난 뒤 어떤 연기든 잘 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레이(이정재)가 인남(황정민)을 끝까지 추격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관객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아해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정재 선배가 알고 있는 레이의 전사는 더 있다. 이 인물도 이방인인 인물이다. 죽은 친형과 어둠의 세계에 들어와서 살아남아 그 위치까지 올라간 거다. 이걸 더 직접적으로 표현할까라는 고민도 했지만 영화의 콘셉트 상 레이가 빨리 목표물을 향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레이라는 캐릭터는 뭔가 이유를 알 수 없어야 매력이 배가 될 것 같았다. 레이의 대사 중 ‘내 손에 죽기 전에 인간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뭔지 아나. 이럴 필요까지 없지 않느냐는 말이야’를 넣은 것만으로 설명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캐릭터들의 이름도 특이하다. 인남은 지극히 한국적인데 레이, 유이 등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생소한데.

“처음에 생각한 이름들이였다. 레이는 날카로운 이미지가 이름에서 느껴졌으면 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모호한 어감이 있었으면 했다. 유이도 마찬가지다.”

-이정재는 촬영 중 어깨 부상을 입기도 했다.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내색 하나 없이 촬영을 다 마쳤다. 당연히 힘들었을 텐데 당장 수술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촬영에 임했다. 다 끝나고 나니 고마운 마음뿐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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