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장영남이 반전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근 종영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장영남은 괜찮은 병원 수간호사 박행자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하지만 극 후반에 고문영(서예지)의 엄마 도희재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했다. 이에 대해 장영남은 "'구타유발자'라는 수식어도 있었고 '소름유발자'라는 수식어도 생겨서 다음 작품 캐릭터 안 들어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지만 괜찮다. 소름이든 구타든 뭐라도 수식어가 있다는 게 그만큼 임팩트 있었다는 거니까. 내가 할 몫을 제대로 했구나 하는 뿌듯함이 생겼다.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 드라마 마치고 나니 어떤가.

"늘 작품 끝날 때마다 아쉽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하다. 좋게 봐주기도 했고 이슈도 돼서 스스로 '열심히 했다' '수고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분 좋고 뿌듯하다."

- 워낙 반전이 있는 캐릭터여서 걱정도 있었을 것 같은데.

"도희재라는 캐릭터가 세서 걱정은 오히려 안 했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박행자가 도희재라는 걸 알고 난 후부터 수간호사일 때가 불편했다. 철저하게 숨기고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해야 하니까 부담스럽고 어려웠다. 차라리 '나 이런 사람이야'하고 연기하는 게 더 쉬웠다."

- 반전의 정체는 언제부터 알았나.

"대본이나 시놉시스 보고는 전혀 몰랐고 첫 촬영 때 알게 됐다."

- 정말 놀랐을 것 같다.

"흥미롭고 기대된다는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걱정도 정말 많이 했다. 젊을 때 엄마는 계속 나오는데 드라마가 후반부로 가는 중에도 계속 정체가 밝혀지지 않으니까. 계속 수간호사로 보여서 시청자분들이 반전의 정체를 믿지 못하면 어떡하나 싶어서 더 걱정했다."

-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을 텐데.

"사람이 아닌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그런 인물을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성적인 생각은 완전히 배제해버리고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문영이 엄마라던가 그런 설정은 생각하지 않고 이 사람은 괴물, 하나의 암 덩어리라는 걸로 접근하려고 했다."

- 도희재가 왜 그렇게 됐는지 생각해본 적은 있나.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런 단순한 문제라기보다는 타고난 것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어떤 것으로 인해 이미 사람의 선을 넘어간 괴물로 태어난 게 아닐까 생각했다."

- 연기하면서 앞부분에 복선을 깔아놓으려고 한 것도 있었나.

"몇 군데가 있긴 지만 대부분 대사로 (표현)하려고 했다. '나는 치정물이나 호러물 좋아해'라고 하는 대사나 '여기에 지박령이 많다'고 하다가 휘파람 불고 가는 것들을 할 때 묘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휘파람도 대본에는 없었는데 불어봤고. 박옥란(강지은) 손 다쳤을 때 불쾌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눈썹을 씰룩거리거나 하는 것들. 특히 문상태(오정세)를 쳐다볼 때 느낌을 좀 그렇게 주려고 했던 것 같다."

- 결말은 만족하는 편인가.

"아쉽다는 생각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다. 14부에 워낙 잘 깔아줬으니까. '얘들아 기다려'라고 했는데 15부에 상태한테 맞고 경찰한테 잡히는 게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오니까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작품 자체가 어른동화라는 결을 갖고 있고 치유하면서 성장하는 드라마다 보니 도희재의 캐릭터 자체가 그냥 악의 존재로 작용했던 것 같다. 보통 동화 보면 오랜 시간 괴롭힘을 당하고 개구리도 변하기도 하지만 뽀뽀 한 번이면 모든 게 쉽게 해결되는 것처럼 도희재도 그랬던 것 같다. 성장하는 과정 중에 길거리에 넘어져도 상처는 나지만 털고 일어나면 끝이니까. 살면서 트라우마 때문에 힘들어하지만 결국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에 치유될 때가 있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 워낙 강렬한 역할을 해서 후유증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후유증은 없는 편인 것 같다. 신기하게도 하고 나면 오히려 후유증이 풀린다. 체증이 풀리는 게 운동하고 나서 개운한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평상시에 소리를 많이 지르는 편은 아니지만 평소에 표현 잘 못 하고 사는 걸 그런 기회를 통해서 발산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 의미가 큰 작품일 것 같다.

"다른 분들이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겠냐고 했는데 사실 작품으로 인생의 어떤 전환점이 생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환점이면 내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그냥 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진흙 길도 있고 모래밭도 있고 잔디 꽃밭도 있는데 그 여러 길 중에 잠깐 단비를 맞은 정도의 기분이다. 나는 그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이 가고 싶으니까 계속 그 길을 갈 수 있게끔 길이 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사진=앤드마크  제공

 

최지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