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회적 환경·구조 문제…업무 성향·능력도 영향"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공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여성 직원 비중은 50%를 넘어섰으나 임원 비율은 남성이 절대적이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은행권에서 남성중심의 유리천장 승진 문화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시중은행의 여성 직원 비중은 50%를 넘어섰으나 임원 비율은 남성이 절대적이다.

◆ 女임원 비중 : 은행권 6%·여초기업 25%·대학생 선호 기업 26%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공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직원 수는 총 5만9461명이며 이 가운데 여직원은 52% 수준인 3만1151명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이 총 1만2934명의 직원 가운데 여직원은 7717명(60%)으로 시중 4대 은행 가운데 여직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이 55%(총:1만4959명·여직원:8168명), 국민은행은 51%(총:1만7410명·여직원:8865명)로 뒤를 이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 직원 비율이 50%를 하회했다. 1만4158명의 직원 가운데 여직원은 45% 수준인 6401명이다.

직원으로 한정하면 여성 비율이 높지만, 관리자급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4대 시중은행의 반기보고서에 기재된 임원(비상근 포함) 115명 가운데 여성은 단 7명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6% 수준이다. 이마저도 지난해(총:121명·여임원:9명)와 비교해 절대적인 인원수, 비중 모두 떨어진 수치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총 28명 가운데 3명이 여성이었으며 신한은행은 31명 중 2명을 여성으로 배치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31명, 25명 가운데 여자 임원은 단 1명이다.

여자 친화적 기업으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의 여직원 비율은 67%(총:5655명·여직원:3769명), 여임원 비율은 25%(총:69명·여직원:17명)다. 마찬가지로 여초 직장으로 꼽히는 LG생활건강은 총 4534명의 직원 가운데 여성은 약 55% 수준인 2480명이다. 총 임원 48명 가운데 여성은 8명으로 17%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전형적인 남초 기업으로 꼽히는 기아자동차는 총 직원 3만5347명 가운데 여직원은 3% 수준인 1330명이며 155명의 임원 가운데 여성은 단 1명이다. 포스코는 1만7861명의 직원 가운데 여직원은 919명으로 5.1%에 불과했으며 여임원은 81명 가운데 3명(3.7%)이다.

'2020년 대학생이 꼽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취업포털 인크루트 조사)' 1위에 오른 카카오의 직원 성비는 남자 49%, 여자 41%로 나타났으면 여임원 비율은 26%(총:7명·여임원:2명) 수준이다. 

4대 시중은행 임직원 현황. /한스경제

◆ "사회적 환경·역할이 큰 몫…업무 능력도 분명 존재"

은행권의 여임원 비율이 여직원과 비교해 현격히 낮은 이유는 사회적 환경, 직군, 업무 능력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아무래도 사회적 환경과 역할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비교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기대 역할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맞벌이 가정에서 기대하는 여성의 역할은 '가정'에 치중해 있다. 일과 가정을 동시에 책임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어느정도 경제력이 뒷받침되면 사회경력을 중단하고 가정에 충실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직원에서 임원으로 가는 여성 인재풀이 많지 않은 것이 은행권 여임원 비율이 낮은 주된 이유다. 설령 경력을 이어간다 하더라도 경력 단절이 임원 승진의 확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업권과 비교해 은행권은 육아휴직 제도가 잘 마련돼 있어, 휴가 사용이 많은 편"이라며 "아무래도 똑같은 조건이라면 경력 단절이 없고 근속 연수가 더 긴 직원의 승진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영업 구조, 업무 성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다른 금융권 또는 업권과 비교해 여성 직원 비율이 높은 이유는 영업점의 창구 직원을 많이 채용한 까닭이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여자 직원들이 비교적 부담이 덜한 예·적금 업무를 선호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출산, 육아 등 사회적 환경과 더불어 업무 성향과 능력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또한, 일반적으로 은행권이 직원 대비 임원 수가 적은 것도 여성들의 임원 승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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