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급변하는 시장, 타사와 협업은 선택 아닌 필수"
손태승(왼쪽에서 세번째)우리금융그룹 회장과 구현모(왼쪽에서 두번째) KT그룹 대표이사, 권광석(왼쪽에서 첫번째) 우리은행장, 이동면(왼쪽에서 네번째) BC카드 사장이 1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우리금융그룹-KT그룹 전략적 업무제휴 협약식을 맺었다. /우리금융그룹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은행권에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과거에는 강자만 살아남는 약육강식(弱肉强食) 세계였다면 최근에는 이해관계만 맞아 떨어진다면 경쟁 업체와도 손을 맞잡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핀테크 등 디지털 전환으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동시에 사업 다각화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 창출을 위한 행보다. 

 '비(非) 금융사' 통신·유통·포털 이종간 콜라보 '활발'

우리금융그룹은 19일 KT그룹과 금융·ICT 융합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금융과 통신데이터를 결합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하고, 조인벤처(Joint Venture·합작투자 법인) 등 협력 방안을 모색해 두 그룹의 융합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금융과 통신사의 '맞손'은 어색하지 않다. 앞서 신한은행과 SK텔레콤은 금융과 ICT 핵심역량을 공유하기로 입을 모았고, 케이뱅크 역시 KT와 손잡고 제휴 아이템 발굴, 고객 맞춤형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또 네이버를 비롯해 신세계면세점, 주차플랫폼 선두 업체인 파킹클라우드, ‘알바천국’을 운영중인 미디어윌네트웍스 등 비(非) 금융사와 제휴를 통해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세계 2위 온라인 여행플랫폼 '씨트립'을 비롯해 자동차 금융서비스 개발을 위해 사단법인 대한LPG협회, 자동차 종합서비스기업 GS엠비즈㈜, 자동차 전문 오토 플랫폼 몰던카와 손을 잡았다.

해외 부동산 투자자문을 위해 글로벌 부동산서비스업체 리맥스코리아, 도우지엔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카카오뱅크는 대형 유통업체인 이마트와 손잡고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인터넷은행과 유통사의 첫 협업으로 카카오뱅크는 이마트 고객 유치 효과를, 이마트는 오프라인 매장 이용률 상승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경쟁 업체와 '적과의 동침'도 마다치 않는 시대가 됐다.

NH농협은행은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하이브리드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농협은행은 토스에 예치금관리, 환전, 공과금조회 등 140개 닫기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토스는 이를 활용해 혁신 서비스 제공 및 고객 편의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하나금융은 동종 라이벌인 신한금융그룹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현대카드, SBI저축은행 등과 제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 신규 고객 유치 등 다양한 방면으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카카오은행은 이마트와 손잡고 내놓은 '26주적금 with 이마트' 상품은 출시 하루 만에 계좌개설 10만좌를 돌파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 제공

급변하는 시장…협업은 선택 아닌 필수

은행권이 동종과 이종업계를 가리지 않고 협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자수익 위주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디지털 금융을 활용하는 새로운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포트폴리오를 발굴하기 위해선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특히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개인의 동의를 받아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해주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가능해진 것도 은행권의 협업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은행 간 경쟁'이던 오픈뱅킹과 달리 마이데이터는 '플랫폼 간 경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인한 언택트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금융은 독자적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한 환경"이라며 "금융권에서 한계가 있는 부분은 타 산업과 제휴를 통해 소비자 니즈에 맞는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각종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손님 접점 확대는 필수가 아닌 생존 기반이 됐다"며 "시대 변화에 따라 업계 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동종, 이종간 협업이 자연스러워졌고,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