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유민 선수의 어머니(왼쪽에서 3번째)가 20일 오전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 의혹 관련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고(故) 고유민의 유족과 소송 대리인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 강력하게 책임을 물었다.

고인의 어머니 권 모 씨와 소송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많은 이들이 고유민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악성 댓글이라고 하지만 현대건설 코칭스태프의 따돌림, 배구 선수로의 앞길을 막은 구단의 사기극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현대건설 출신인 고유민은 7월 31일 오후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013년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은 고인은 수비에 일가견이 있었으며 백업 레프트로 뛰었다. 지난해 4월에는 처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해 팀 잔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선수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2019-2020시즌이 진행되던 올해 초 팀 리베로 김연견(27)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지자 대체 리베로로 투입됐지만 부진했고, 결국 5월에 임의탈퇴 처리됐다. 고인은 앞서 2월 29일 팀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 측은 수차례 힘들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구단이 이를 방관하고 죽음까지 이르게 했다는 게 유족 측의 입장이다.

박지훈 변호사는 "고인은 생전 가족, 동료와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감독이 나를 투명 인간 취급한다', '나와 제대로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을 일관되게 했다"며 "의도적인 따돌림은 훈련 배제로 이어졌다. 고유민 선수는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료를 감싸다가 더 눈 밖에 나서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 수 있을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털어놨다.

유족과 박 변호사는 현대건설 감독과 코치를 고인을 따돌린 주범으로 거론했다. 고인의 어머니 권 모 씨는 "이도희(52) 감독 부임 1년 뒤부터 (고유민이) 수면제에 의존했다. 구단에 다 보고했는데 묵인했다. 이도희 감독도 알고 있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이 버거운 상대이지만 끝까지 해볼 것이다"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건설 구단은 유족 측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입장문을 발표했다. 현대건설은 "구단 자체 조사 결과 훈련이나 경기 중 감독이나 코치가 고인에 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만한 행위를 했다는 것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고인이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기도 했다. 경기와 훈련에서 배제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임의탈퇴 과정에 대한 해명도 했다. 구단은 "고인의 의사에 따라 상호합의 하에 3월 30일 계약을 중단했고 절차에 따라 선수 이탈에 관해 한국배구연맹(KOVO)과 협의했다"며 "연맹은 고인에게 직접 연락해 계약의 지속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후 FA 절차 종료 이후인 5월 1일부로 임의탈퇴를 정식 공시했다"고 했다.

또한 "임의탈퇴 공시 후 배구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6월 15일 고인과 미팅을 하며 향후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고인은 배구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사가 확고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유족 측의 주장을 아쉬워하면서 “고인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한 치의 의혹도 없이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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