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3사, 상반기 영업익 2배 이상↑… 역대급 수출액 기록
제약·바이오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씨젠·셀트리온·삼성바이로직스가 올해 상반기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을 2배 이상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사는 해외 시장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K-바이오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 씨젠, 상반기 영업이익 1549억...전년비 17배 증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젠은 개별기준 올 상반기 영업이익 154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7배(1733.9%)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27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9억원에서 531.9% 늘었다.

씨젠의 이같은 성적표는 사상 최대인 것은 물론, 헤드헌팅사인 나우팜컨설팅이 지난 16일 집계한 제약·바이오 상장 211개사 상반기 매출 기준 1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씨젠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코로나19 진단시약이다. 이 업체는 펜데믹 초기부터 'AllplexTM 2019-nCoV Assay'를 개발해 대응했고, 현재 국내를 포함해 약 70여개국에 방역 관련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빠르게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씨젠은 최근 서울 송파구 방이동 본사 건너편에 있는 송파빌딩을 매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부 오프라인 업무 중심의 기업들이 경영 불확실성 확대를 이유로 자산매각을 하는 것과 반대되는 행보였기 때문이다.

씨젠이 매입한 부지는 토지 932.60㎡, 건물 1만126.85㎡, 지하 5층 지상 15층 규모다. 가격은 561억원으로 부가세 12억8861만원과 부대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씨젠 측에 따르면 진단 관련 장비는 올해 2분기 300대 이상 판매됐고, 1분기까지 포함하면 상반기에만 총 500대 이상의 장비를 판매했다.

특히 진단 관련 장비는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질환에도 적용되는 만큼,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회사의 성장을 뒷받침할 캐시카우가 될 전망이다.

씨젠은 올해 하반기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창사 이후 지난 20년간 리얼타임 유전자 증폭(PCR)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특허 기술과 독점 노하우를 포함한 전략적 IP 자산들을 상당 수준 축적해 왔다"며 "향후 신제품들은 이러한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경쟁사와 격차를 더욱 벌리는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인천 송도 본사. /연합뉴스

◆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점유율 늘며 국내 1위 제약·바이오사로 우뚝

셀트리온은 올 상반기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 211개사 중 매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매출액은 7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1% 늘었고, 영업이익은 31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4% 증가했다. 사실상 회사 규모가 2배 가량 커진 셈이다.

셀트리온이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바이오시밀러의 안정적인 성장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국에 출시한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점이 매출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바이오시밀러 1공장 증설 시설을 본격 가동해 트룩시마를 포함한 주력 제품의 생산성이 개선되며 영업이익도 높아졌다.

유럽 시장에서의 판매도 안정적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올 1분기 유럽 시장에서 램시마 57%, 트룩시마 40%, 허쥬마 1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램시마의 개량형인 램시마SC(피하주사)가 지난달 유럽에서 류머티즘 관절염에 이어 염증성장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고객사의 재고축적에 따른 판매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셀트리온은 국내 진단키트 전문업체들과 협업해 개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 제품을 지난 12일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사옥. /연합뉴스

◆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반기 흑자전환…명실상부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된 분식회계 의혹에도 불구하고,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상반기 매출액 51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3.1%나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437억원으로 전년 동기 38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달리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올 상반기 체결한 의약품 위탁생산 및 위탁개발 수주계약 규모가 지난해 매출의 2.5배 수준인 1조8000억원에 달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비어바이오와 4400억원,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와 2800억원 등이다.

더불어 1·2·3공장 판매량이 고르게 증가하고, 가동률 증가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감소하면서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조원을 투자해 인천 송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네 번째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짓는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총생산량(배양액)은 62만ℓ(리터)로 늘어 세계 2위 의약품 수탁생산(CMO) 업체인 독일 베링거인겔하임(30만ℓ)을 2배 이상 앞서게 된다.

씨젠 코로나19 진단시약 'Allplex 2019-nCoV Assay'. /씨젠 제공

◆ 씨젠·셀트리온·삼성바이로직스, 해외 시장서 K-바이오 위상 높여

씨젠·셀트리온·삼성바이로직스의 성장도 눈에 띄지만, 더욱 주목받는 대목은 이들의 기술력과 품질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를 북미·유럽에 독점적으로 수출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올 상반기 7772억원의 수출실적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53.8%나 증가한 수치다. 이는 반기별 최고 성적이다. 종전 최고기록은 2017년 하반기 6135억원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올 상반기 38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씨젠은 분자진단시약 수출액 32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회사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규모로 2분기에만 2720억원을 달성, 1분기 490억원보다 약 5.6배 증가했다.

이들 3사의 성과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제약·바이오산업이 5G·AI·자동차·반도체 등과 함께 핵심 성장동력임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10년 전까지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며 "그러나 꾸준한 투자로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냈고, 여기에 높은 실적까지 거두면서 고부가가치산업임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전체 수출액은 28억달러(약 3조3600억원)로 지난해 상반기 18억달러(약 2조1600억원) 대비 61% 증가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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