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조혜승 인턴기자] “점심 손님이 조금 줄기는 했지만 저녁 장사가 더 큰 걱정입니다. 오늘 저녁 예약 손님은 평상시 30% 수준 밖에 안돼요.”(세종시 A 식당)

“오늘부터 당분간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할 계획입니다. 이미 잡아놓은 외부 약속도 다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습니다”(정부세종청사 B 공무원)

28일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 행위를 금지하는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 첫날, 광범위한 법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할지 몰라 곳곳에서 혼란과 우려 섞인 반응이 나왔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청사 고급 식당은 물론 인근 식당까지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았고 공무원들은 주로 구내식당에서 ‘안 만나면 상책’이란 심정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하는 모습이었다.

■문의전화 폭주, 담당기관도 혼란

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워낙 다양한 법 해석이 나오다보니 관공서 감사관실 등에는 문의가 폭주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공직자들은 담당 언론인과 식사나 업부 출장 때 법 적용을 어떻게 하는지 감사위원회에 문의했다. 또 법 시행에 대비해 만든 경남도청 감사관실의 전화 콜센터도 중앙부처나 상급기관 방문 시 식사나 선물을 해도 되는지 등을 묻는 공무원들의 문의가 꼬리를 물었다.

경남교육청 감사관실의 관계자도 “문의 내용이 수천, 수 만가지여서 말로 다 못한다”며 “국민권익위원회와 교육부에서 확인한 사례 등을 기준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라며 말했다.

공직자뿐만 아니라 김영란법 적용대상인 언론사 기자들도 금액과 무관하게 식사 대접을 받으면 안 되는 줄 알고 몸을 사렸다.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대변인실 직원과 출입기자 간 직무수행 목적으로 3만원 이내 식사 제공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지만 기자들은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말자’며 대변인들의 점심식사 제의를 대부분 거절했다.

김영란법 위반에 대한 신고사례도 이날 나왔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4분경 "한 대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줬다"며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112 신고전화가 서울지방경찰청에 걸려 왔다.
이 신고자는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100만원을 초과하는 현금·선물 등 금품수수 관련 신고에만 현행범 또는 준현행범으로 간주해 출동한다는 경찰 내부 기준에도 미달해 경찰은 출동하지 않고 서면으로 신고하라고 안내했다.

김영란법의 위반에 따른 포상금을 노리고 일명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를 교육하는 학원도 성행하고 있다.

현재 란파라치 학원이 서울 시내에만 20곳에 달하는것으로 알려졌다. ‘란파라치’란 김영란법을 어기는 사람의 모습을 몰래 사진을 찍어 포상금을 챙기는 사람들로, 학원에서 수업을 빙자해 ‘몰카’를 비싸게 팔면서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파리 날린 고급식당... 몸 사리는 관가

김영란법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정부청사 주변은 파리만 날려 한산한 모습이었다.

부산시청 주변의 한 고급식당은 27일까지도 예약이 꽉 차 북적였지만 28일에는 점심 때 2개 테이블만 손님이 찼고 저녁 예약은 한 건도 없었다.

또 평소 손님이 많았던 서울 여의도 앞 일식집도 한산했다. 공무원들은 아예 오해받을 만한 만남이나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각 과별로 팀별로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며 ”직무 관련성이 있다 싶은 약속은 모두 미뤘다“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에 있는 한 정부 부처는 그 동안 출입기자에게 취재지원 차원에서 제공했던 구내식당 식사를 이날부터 중단했다. 

조혜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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