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홈 팬들. /사진=전북 현대 제공

K리그 전북 현대 스카우트가 “돈은 줬지만 대가성은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과 달리 심판에게 적극적이고 집요한 청탁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이 유죄를 확정함에 따라 전북 구단에 내려질 징계 수위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오는 30일 상벌위원회를 연다.

부산지방법원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북 스카우트 C씨에게 28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C씨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심판(돈을 받을 당시 현직) A씨에게 징역 2월에 추징금 200만원, 또 다른 심판 B씨에게는 징역 3월에 추징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C씨는 그 동안 법정에서 “용돈(떡값)조로 준 것이며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판결문에는 청탁으로 볼 수 있는 여러 정황이 적시돼 있다.

◇피하는 심판에게까지 전화

사건 전까지 B심판과 따로 만난 적이 없던 C씨는 2013년 4월과 9월, 10월에 모두 경기 전날 심판 숙소 근처에서 B심판을 불러내 “신경 좀 써 달라”며 100만원씩 3차례 돈을 건넸다. C씨는 특별한 친분 관계가 없던 A심판에게는 2013년 1월과 8월, 경남 합천과 거창으로 일부러 찾아가 100만원씩 두 번 돈을 줬다.

A심판은 두 차례 금품 수수 뒤 이상한 소문이 돌아 이후부터 C씨의 전화를 받지 않고 피했다. 그러자 C씨는 2014년 7월경 경기 전날에 다른 사람의 휴대폰으로 A심판에게 전화해 “잘 좀 봐 달라”고 했다. 법원은 “A, B가 심판이 아니면 C씨가 돈을 건넬 이유가 없고 심판들을 다른 목적 없이 비밀리에 불러낸 점, 잘 봐달라는 전화까지 한 점 등에 비춰 청탁을 하며 현금을 교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유죄 선고 배경을 밝혔다.

◇전북 징계 얼마나 받을까

프로연맹 상벌위의 판단이 중요해졌다. 이 경우 하부리그 강등, 제재금, 승점 감점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작년 말 경남FC 사례를 기준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남은 2013~2014년 전 대표이사가 심판 4명에게 6,700만 원을 줘 승점 10점 감점, 벌금 7,000만원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만큼 전북에는 강등이나 승점 20점 이상 감정 등 중징계를 내려 확실한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모 구단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반칙이나 판정 항의 등의 단편적 사안이 아니라 리그 전체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철퇴를 내려 확실한 쇄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 거론하는 승점 감점을 내년 시즌에 적용하는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벌위 효력은 즉시 발휘돼야 한다는 기본 방침 때문이다. 전북은 올 시즌 32경기 무패 행진(18승14무ㆍ승점 68)으로 선두를 달리며 2위 FC서울(승점 54)에 승점 14 앞서 있다. 승점 감점 폭에 따라 1, 2위가 바뀌면 전북은 전북대로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고 서울은 서울대로 찜찜할 수밖에 없다. 모 구단 관계자는 “연맹 징계가 늦어지면서 어떤 결정이 나와도 논란이 계속되게 생겼다”고 아쉬워 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도 프로연맹의 징계를 주목하고 있다. 가벼운 징계에 그치면 AFC가 움직일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강수일(29ㆍ제주)은 작년 8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6개월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해 기간이 2년으로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망신살이다. 심판 매수에 이어 사후 처리까지 미온적이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전북 외에 다른 팀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AFC는 오는 11월 내년과 내후년 국가별 챔피언스리그 쿼터를 정한다. K리그는 2011년 승부조작이 불거졌을 때 4장에서 3.5장으로 쿼터가 줄어드는 손해를 본 적이 있다.

윤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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