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총 10위권에 카카오·삼성SDI 진입... 전통산업인 현대모비스·LG생건은 급락
국내 산업이 제조업과 더불어 바이오, IT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이어지면서 국내 산업계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 증권거래소 시가총액 상위권에 기존 제조업 중심이 아닌 바이오와 IT 분야의 기업들이 속속 가세하면서 산업지형이 바뀌는 모양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장을 마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가운데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순위 등락을 비롯해 시총 금액도 큰 폭으로 변하고 있다.

이 같은 시총 순위 변화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 20일 이후 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이오 관련 주가 순위권에 진입했다. 여기에 비대면(언택트) 활동이 높아지면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기업들까지도 기대감이 높게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정부에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친환경 소재와 연관된 2차전지 관련 기업들도 성장세를 이어가는 등 시장에서는 미래 가치 주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1월 20일까지만 해도 시총은 372조5144억원이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던 3월 19일에는 256조4021억원까지 대폭 떨어졌다. 다만 8월 21일 장 마감에선 333조7108억원을 기록해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회복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의 경우는 2017년 3월 이후 국내 시총 2위 자리를 꾸준히 지켜왔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외에도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 D램 가격 하락 등의 영향이 지속해서 겹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한때(20일) 2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다음날인 21일 곧바로 회복에 나서면서 시총 54조2362억원으로 다시 2위를 차지했지만 1월 20일(72조7274억원)에 비하면 소폭 하락한 상태다.

바이오·ICT 관련주, 국내 시총 이끌어

반면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1월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총 28조9802억원으로 5위에 그쳤지만 바이오 관련주가 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며 지난 21일에는 52조2361억원을 기록해 80.2%가 오르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바이오주 가운데 하나인 셀트리온 역시 같은 기간 22조1382억원에서 40조6331억원으로 83.5%로 늘어나 시총 9위에서 6위까지 올라갔다.

바이오주 외에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ICT주 역시 시총 순위가 대폭 변동됐다. 네이버(NAVER)의 경우 시총 순위는 4위로 변동 폭은 없었지만 시총이 30조9025억원에서 51조3323억원으로 상승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네이버와 경쟁하고 있는 카카오로 이 기간 시총 32조5651억원으로 국내 시총 9위를 기록하며 10위권 안에 안착했다는 점이다. 1월 20일에는 시총 14조5285억원으로 22위에 머무르며 10위권과 한참 거리가 있었지만, ICT 관련주가 급등하면서 카카오는 10위권 중에서는 가장 높은 상승률(124.1%)을 기록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2차 전지와 관련한 LG화학, 삼성SDI의 성장도 이목을 끈다. LG화학은 1월 20일 24조9896억원으로 시총 7위에서 21일 49조3440억원으로 오르며 5위를 차지했다. 삼성SDI는 29조1217억원으로 시총 10위에 진입했다.

전통적인 제조업, 시총비중 급락

이 기간 삼성전자 우량주를 포함한 시총 10위권 가운데, 제조업 중심의 사업을 이끌어가는 LG생활건강은 10위에서 11위로 밀렸고, 현대모비스는 8위에서 13위로 떨어졌다.

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놓고 국내 산업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시총 비중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에서는 반도체가 시총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1월 20일에는 삼성전자(20.9%)와 SK하이닉스(4.1%)가 전체 시총 비중 가운데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펜데믹(대유행) 사태로 확대되면서 제조업의 경우 일부 셧다운(일시폐쇄) 등에 의해 취약점이 나타났고, 비대면 활동이 강조되면서 소비재 판매가 위축되는 등 제조업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반도체 업체 2곳이 전체 시총 비중을 차지하는 영향력이 높았지만 21일 기준 시총 비중을 보면 삼성전자는 17.5%, SK하이닉스는 2.89%로 줄어들면서 20%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평균 1.5% 수준에 그쳤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82%, 네이버는 2.74%, LG화학은 2.63%, 셀트리온은 2.17%로 오르는 등 비중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바이오, ICT, 2차 전지 관련주들의 비중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관련 산업 역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의 경우 오래전부터 유망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실제 수익성을 낼 수 있냐는 의구심이 따랐고 올해 2분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81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하자 시장이 부응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총 상위 10개 기업이 증시 전체 시총의 30~50%를 차지하는 만큼,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순서가 바뀔 수 있다”며 “올해는 바이오·ICT 등의 업종이 시대의 주도 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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