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노·도·강', '금·관·구' 등 서울 아파트 일제히 신고가 경신
다주택자·법인 매물 유도 효과도 미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정부가 연이은 부동산 대책 발표를 통해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유도했지만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매매·전세 가릴 것 없이 매물 잠김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집값도 쉽게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서울 외곽 지역에선 전세 보증금이 5억원을 넘고 아파트가 9억원 이상에 거래되는 등 집값 오름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02%로 지난 6·17 대책 발표 이후 주간 단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강남 4구 아파트값 상승률이 2주 연속 0.00%로 보합을 나타냈고 서울 모든 구의 상승률이 0.05% 이하에 머무는 등 통계상으로 긍정적인 신호를 보였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강북구 미아동 소재 ‘미아동부센트레빌’은 지난달 15일 전용면적 84.93㎡가 9억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6월 8억4800만원에 이어 한 달여 만에 9억원을 돌파하면서 기록을 다시 썼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 79.07㎡와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 84.97㎡ 또한 최근 약 2000만~3500만원이 오른 9억원에 거래되면서 기존 신고가 기록을 깼다.

중저가·중소형 주택이 밀집된 노원·도봉·강북구 등 지역에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면서 ‘심리적 저지선’인 9억원을 넘긴다는 분석이다.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도 이달 12일 8억47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한강 이남 지역(금천·관악·구로구)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도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구로구 신도림동 대림3차 84.51㎡의 경우 지난 1월 8억9500만원에 거래된 뒤 8억5000만~8억8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현재 호가는 9억5000만~10억원 선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가도 나날이 솟구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60주 연속 오름세를 찍었다.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나타내는 등 전세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 79.07㎡는 이달 20일 보증금 5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3월 중순 3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무려 1억5000만원이 올랐다. 강북구 미아동부센트레빌 전용 84.93㎡도 지난달 25일 보증금 5억1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거래되면서 처음으로 5억원을 넘겼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84.96㎡ 또한 이달 5일 5억1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지고 구로구 신도림동 대림3차 84.51㎡는 지난달 21일 5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모두 신고가를 다시 썼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 지역과 부동산 과세를 강화한 정부 대책 이후 매매가 급등은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전세가 강세로 중저가 아파트 밀집 단지 최고가 경신 사례는 지속되고 있다”며 “전세 임차 수요에 비해 입주 공급이 못 미치는 지역은 당분간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17,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법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들의 주택 매도를 유도한 바 있다. 업계는 “매물이 간혹 있긴 하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보유 주택을 처분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재산세 과세 기준일인 내년 6월 이전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매매 물건으로 나온 3개 중에 다주택자 물건이 있고 갈아타기를 하려는 사람도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내놓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한 법인의 주택 매도는 본격화될 조짐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법인의 아파트 매도는 8278건으로 전월 6193건에 비해 33.7% 증가했다. 신규 취득은 지난달 4330건으로 전월 8100건보다 46.5% 감소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법인 매도량은 전체 거래량의 8%에 부과해 주택시장 안정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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