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위)-류현진. /AP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국산 황금 왼팔 듀오 ‘KK’ 김광현(32ㆍ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ㆍ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또 한 번 동반 출격해 ‘슈퍼 코리안 데이’를 만들었다.

김광현은 감격적인 빅리그 첫 승리를 올렸다. 류현진은 승패 없이 물러났지만 4경기 연속 호투를 펼치며 에이스의 자격을 증명했다.
 
◆ 먼 길 돌아온 김광현, 감격스러운 빅리그 첫 승

김광현은 23일(한국 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를 펼쳤다. 세인트루이스가 3-0으로 승리해 빅리그 세 번째, 선발로는 두 번째 등판 만에 첫 승리를 수확했다. 한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승리를 따낸 건 통산 11번째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86에서 1.69로 끌어내렸다. 

이날 83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은 55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었다. 공격적인 투구와 완급조절 능력이 빛났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시속 92.6마일(약 149㎞)까지 나왔다. 주무기은 슬라이더로 삼진 3개를 잡아냈다. 슬라이더뿐만 아니라 제3구종인 커브와 투심을 섞어 신시내티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날 호흡을 맞춘 베테랑 포수 야디어 몰리나의 노련한 볼 배합이 돋보였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54) 본지 논평위원은 “한국에서 뛸 때 김광현을 생각하면 안 된다. 김광현이 류현진의 투구 스타일을 많이 참고한 것 같다. 투구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김광현의 커브와 투심이 구종 가치가 뛰어나진 않지만, 슬라이더 외 다른 변화구를 던지면서 타자와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 구속 욕심을 내지 않고 낮은 쪽 존과 바깥쪽 공략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여곡절이 많았기에 김광현에겐 더욱 특별한 1승이다. 김광현은 2014년 처음 빅리그의 문을 두드렸지만, 고배를 마셨다. 미국서 진행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협상에서 계약에 합의하지 못해 첫 번째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지난해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그는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며 마침내 꿈을 이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계속 미뤄졌다. 그는 미국에서 홀로 머물며 개인 훈련을 했다. 외로운 시간을 이겨내고 개막을 맞았지만, 원하던 선발이 아닌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선발투수 두 명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그에게 선발 보직이 돌아왔고, 마침내 첫 승으로 경쟁력을 증명했다. 김광현은 경기 후 "MLB 첫 승을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다. 정말 오래 걸렸지만 마침내 이뤘다.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 류현진 ‘토론토 에이스 본색’
 
류현진은 같은날 탬파베이 레이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1-1로 맞선 6회에 내려오면서 승패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3.46에서 3.19로 떨어졌다. 토론토는 10회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했다.

‘제구 장인’ 류현진은 두 경기 연속 볼넷을 허용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의 좌우와 상하를 고르게 활용하며 자신이 원하는 곳에 빠른 공과 변화구를 꽂아 넣었다. 컷 패스트볼(커터), 체인지업, 커브를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송재우 위원은 “5회 투구수가 많이 올라간 것이 아쉽지만 그 외에는 다 괜찮았다. 커맨드가 잘됐고, 본인 계획대로 경기를 잘 운영했다. 몸 상태가 좋은 게 느껴졌다. 지난 경기부터 제구에 확실히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면서 “커터 구속이 올라와서 우타자 몸쪽 승부가 잘 이뤄졌다. 개막 초반 부진했을 때와 가장 큰 차이다. 탬파베이 대부분 타자가 자기 스윙을 못 했다. 그만큼 류현진의 공 배합이 현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이날 포수 리그 맥과이어와 올 시즌 처음으로 배터리를 이뤘다. 호흡이 원활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맥과이어의 사인에 류현진이 고개를 젓거나 맥과이어가 포구와 프레이밍에 실패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4회말에는 류현진이 선두타자 헌터 렌프로를 초구에 포수 파울 플라이로 유도했으나 맥과이어가 낙구 지점을 포착하지 못해 파울로 둔갑하기도 했다. 송 위원은 “맥과이어와 처음 호흡을 맞추다 보니 류현진이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 프레이밍도 제대로 해 주지 못했고 포구도 불안했다. 포수의 부진이 류현진의 투구 수가 올라간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7월 개막 두 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8.00으로 부진했던 류현진은 8월 들어 본궤도에 올랐다. 8월 한 달만 놓고 보면 4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23으로 리그 정상급 성적을 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류현진은 토론토 구단이 지난 겨울 그와 계약하면서 기대했던 에이스의 모습을 정확히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공 끝의 움직임은 지난 등판(18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과 비슷했다. 투구수가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잘 끌고 갔다”면서 “지금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제구도 초반보다 안정적이다. 체인지업은 좌타자든 우타자든 어느 곳에라도 던질 수 있는 자신 있는 변화구다. 요즘 들어 잘 통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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