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 /크라우닝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마지막까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우승의 원동력이었습니다.”

‘베테랑 골퍼’ 이태희(36)가 GS칼텍스 매경오픈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비결을 털어놨다.

이태희는 23일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 컨트리클럽(파70ㆍ7001야드)에서 열린 제39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 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4개를 엮어 3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1언더파 199타를 기록한 그는 공동 2위(10언더파 200타)인 조민규(32)와 이준석(32ㆍ호주)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1억6000만 원을 손에 넣었다. 이태희는 대회 사상 최초로 2연패에 성공하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통산 우승 횟수를 ‘4’로 늘렸다.

이태희는 우승 인터뷰처럼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18번홀(파4) 그린에서 조민규, 강경남(37) 등과 경쟁할 때 퍼트하는 상대 선수를 등지고 캐디와 애써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승부처 상황에서 경쟁 선수의 경기를 아예 보지 않는 게 심리적으론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희는 “첫 날과 둘째 날에 이어 오늘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평정심만은 유지하자는 게 전략이었다”고 밝혔다.

이태희는 경기 중후반까지 앞서 가던 조민규를 끈질기게 추격했다. 16번홀(파4)에서 약 3.5m 거리 버디 퍼트를 넣고 조민규를 1타 차로 따라붙으며 역전의 불씨를 살렸다. 이태희는 마지막 2개 홀에서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난이도가 높은 홀들이었지만, 모두 파를 기록했다. 반면 조민규는 연속 보기를 내며 다잡았던 우승을 놓쳤다.

이태희와 조민규는 18번홀에서 모두 파 퍼트를 남겨뒀다. 조민규가 장거리 파 퍼트에 실패하며 보기를 낸 반면 이태희는 1m 거리 파 퍼트를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이태희는 공이 홀컵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이태희는 “우승을 할 줄 몰랐다. 오늘도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여 우승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17번홀(파4)과 18번홀이 어려운 홀들이라 끝까지 집중을 하면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캐디와 얘기했다. 결국 우승을 해냈다. ‘이태희라는 사람이 뒷심도 있구나’란 걸 스스로 확인해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승 경쟁을 한 조민규에 대해선 “플레이 기복이 없었다. 16번홀까지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했다. 민규에게는 ‘운이 없었다’는 위로를 해줬다”고 고백했다. 가족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이태희는 “가족과 같이 왔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무관중 경기로 열리면서 선수와 캐디를 제외하곤 대회장에 들어올 수 없었다. 두 아이를 안고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됐다. 집에 가서라도 안아주고 싶다”고 웃었다.

한편 2라운드까지 선두였던 강경남은 마지막 날 2타를 잃고 합계 7언더파 203타 공동 4위로 순위가 밀렸다. 출전 정지 징계에서 풀려나 복귀전을 치른 김비오(30)도 같은 순위에 올랐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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