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원 심판위원.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스포츠에서 심판의 권위는 존중돼야 한다. 그라운드의 포청천으로 불리는 심판도 인간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한다. 그러나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오심은 곤란하다. 더군다나 같은 심판조 오심이 반복된다면 리그의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에 금이 갈 수 있다.

프로야구에는 심판이 경기를 지배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판정 하나하나가 승패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22일 고척 KIA 타이거즈-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나온 ‘역대급 오심’은 ‘참사’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이날 경기는 치명적인 오심으로 얼룩졌다. KIA가 3-0으로 앞서던 8회말 1사후 키움 이정후(22)가 KIA 장현식(25)을 상대로 우중간으로 타구를 날렸다. 수비 범위가 넓기로 유명한 KIA 중견수 김호령(28)이 끝까지 쫓아갔고 펜스 앞에서 뛰어올라 잡아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호수비였다. 

그러나 최수원 2루심이 2루타를 선언했다. KIA 선수단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맷 윌리엄스(55)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지만, KIA는 이미 비디오판독 요청권 2회를 모두 사용해 기회가 없었다. 2사가 돼야 할 상황이 1사 2루로 변해버린 채 그대로 경기가 진행됐다. 당황한 투수 장현식은 마운드 위에서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볼넷 뒤 적시타를 맞아 1점을 준 뒤 1사 1ㆍ2루에서 홈런까지 맞아 3-4로 역전 당했다. KIA는 9회초 득점하지 못하고 그대로 졌다. 

느린 중계화면을 보면 공은 김호령의 글러브에서 끝까지 빠지지 않았다. 명백한 오심. 경기 종료 직후 허운 심판위원장은 오심을 인정했다. “경기 뒤 비디오 리플레이를 확인한 결과 판정 당시 2루심은 확신을 갖고 판정했다. 그러나 리플레이 결과 명백한 실수가 있었다. 최수원 심판도 인정했다. 2루심은 펜스를 맞고 타구를 잡은 것으로 확인했고, 감독 항의에는 비디오 판독 요청권을 소비했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심판위원장이 직접 나서 빠르게 오심을 인정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오심 피해자인 KIA가 피해를 보상 받을 방법은 없다.

최수원 심판조장을 포함해 장준영, 김준희, 원현식 심판으로 구성된 이 심판조는 올 시즌 여러 오심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5월 7일 미숙한 경기 진행을 이유로 2군으로 강등됐던 최수원 심판조는 5월 24일 잠실 KT-LG전에서 ‘정근우 태그업 오심’을 범해 여론에 뭇매를 맞았다. 특히 최수원 심판조는 KIA전에서 잦은 오심을 저질렀다. 지난 7월 7일 광주 KT 위즈전 임기영 보크 사건, 지난 7월 19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 윌리엄스 감독 비디오 판독 패싱 사건이 모두 최수원 심판조에서 나온 논란이다. 우연이라고 해도 특정 심판조에서 오심이 반복되니 KIA로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고, 리그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KBO가 심판 통합 관리 시스템을 더욱 강화했다. 심판 승강제를 도입하고, 교육과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팽배하다. 지난 5월 7일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공개적으로 ‘작심 발언’을 쏟아냈고, 몇몇 감독들도 심판 판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심판의 권위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일각에선 심판의 오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시즌까지 심판 재량으로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형평성 논란 등으로 올 시즌을 앞두고 폐지됐다. 12일 경기서 오심이 나오면서 심판 재량 비디오 판독이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든다. 김태형(53)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 5월 “애매한 때는 비디오 판독을 했으며 한다. 그런데 판독 범위를 확대하는 것보단, 심판이 보고 이상하다 싶으면 4심 합의를 하든 심판진이 사실확인을 위해 판독요청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류중일(57) LG 트윈스 감독도 23일 "심판이 판정을 내린 뒤 확신이 들지 않으면 번복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장치가 없어 아쉽다"면서 "리그의 공정성을 위해서 확실한 오심은 번복할 수 있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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