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화·삼성·농협생명, 소비자에 부담 전가 아냐" 항변
생명보험업계가 길어지는 업황 부진에 보험료 인상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생명보험업계가 길어지는 업황부진에 보험료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보험료 인상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보험사는 이윤추구 목적이 아니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의 주력사업이라 할 수 있는 보험영업 손실은 올해 상반기에만 13조원을 육박하고 있다.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산운용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역시 보험사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업계는 보험료 인상에 대해 소비자에게 업황 불황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닌 영업환경을 반영하는 차원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보험영업 손실 13조원 육박·투자영업 전망도 어두워 

25일 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727억원으로, 전년동기(2조1276억원)대비 549억원(2.6%)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보험영업에서 12조658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1조8261억원) 대비 손실규모가 8325억원 확대됐다. 주가하락으로 인해 보증준비금 전입액(1조7149억원)이 전년동기(6722억원)보다 크게 증가(1조427억원)한 탓이다. 

금융자산 처분손익(9495억원↑)등 일회성 이익이 증가하며 투자영업 부문에서 전년동기(12조 3248억원) 보다 7.1%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일시납·단기 저축성 위주 보험영업 및 고금리 채권 매각을 통한 수익 실현을 지속하고 있어 장기 수익성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라는 게 금융감독원의 평가다. 

금융사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0.45%, 4.68%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0.04%포인트, 0.71%포인트 하락했다.

생명보험사 주요 손익 현황. /금융감독원 제공

한화생명·삼성생명 이어 NH농협생명도 예정이율 인하

보험사들은 대내외 경영환영이 녹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화생명,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추진했거나 추진하는 가운데 중소형 보험사도 예정이율 인하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예정이율이란 보험사가 금융소비자에게 보험금·환급금을 지급할 때 적용하는 이율로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된다. 은행의 예금금리와 비슷한 개념이다. 고객입장에서 예정이율을 높게 잡으면 보험료는 상대적으로 싸지고, 반대의 경우에는 비싸게 된다.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인하하면 보험료는 5∼10%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4월과 7월 예정이율을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했다. NH농협생명은 9월부터 판매되는 보장성 보험 상품에 대한 예정이율을 0.1%~0.15%포인트 인하한다. 삼성생명 역시 10월부터 금리 변동형 상품에 0.25%포인트 수준의 예정이율 인하를 예고한 상황이다. 농협생명과 삼성생명 모두 앞선 4월에 이어 두 번째 예정이율을 내리게 됐다. 

교보생명을 포함해 타 보험사도 예정이율 인하를 두고 내부적인 검토에 나섰다. 제로금리 상황에서 대형 보험사가 선제적으로 움직였을 뿐, 여타 보험사의 예정이율 인하는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보험료 인상, 소비자 부담 전가 절대 아냐…시장 변화 적용한 결과" 

업계는 보험료 인상에 대해 "예정이율은 대내외 환경 변화를 적용해 책정한 결과"라고 밝혔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보험료는 금리 상황, 예상 수익률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책정된다. 시장 상황이 좋으면 예정이율이 올라가고, 그렇지 않으면 내려가게 된다"면서 "기업 입장에서 시장 상황에 역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고금리 상품에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업계의 보험영업수익은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대부분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업계에서 진행되는 예정이율 인하가 단순히 기업의 이윤추구가 아니라는 의미다. 기업의 자본건전성을 높이고,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고객과 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일종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예정이율 인하가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단편적으로 보험료 인상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꼴'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정이율은 수많은 요소가 고려돼 수리적으로 계산되는데 이것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사를 둘러싼 금융환경이 악화되었음을 의미한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당장 하반기에 시장상황이 반대로 변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상승한 예정이율이 반영된 고금리 상품이 나올 수 있는 게 보험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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