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KBO리그가 혼란스럽고 어두운 현실과 마주했다. 구단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위기의식 부재는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프로야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유행하면서 무관중으로 회귀했다. 관중 입장이 시작돼 적자 폭을 조금이나 줄일 수 있었던 구단들은 또다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들은 이제는 별 탈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리그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5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80명이라고 밝혔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4일 103명을 기록한 뒤 12일 연속 세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주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한 고비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가 시작되면 일상이 정지되고 일자리가 무너지는 어려움을 감내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대한감염학회 등 유관학회는 상황이 엄중하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조치를 발동하면 중위험시설이 모두 폐쇄되며 10인 이상 모임조차도 금지된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리그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는다. 리그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리그가 중단되면 10개 구단의 재정난은 가중될 전망이다. 무관중이라도 시즌을 계속하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다. 수도권 A구단 관계자는 “무관중이라도 경기를 해야 덜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3단계로 격상돼 리그 중단이 되면 중계권료와 광고 수입 등이 줄줄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구단들은 가장 먼저 인건비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야구단 인건비의 가장 큰 지출인 선수 연봉이다. 올 시즌이 끝난 뒤 대규모 연봉 삭감, 방출 등이 불가피하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수 있다.

상황이 엄중하지만, 선수들은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 ‘상생’과 ‘고통 분담’ 관련 논의가 제기되지 않고 있다. KBO와 구단으로선 먼저 고통 분담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건 부담이 크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서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이 이상적인 모양새다. 하지만 시즌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도 선수협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해외 프로축구 리그에선 자발적 연봉 삭감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선수들은 구단의 연봉 삭감 요청에 동의했다. 국내 프로축구 K리그도 최근 고통 분담 목적으로 ‘선수단 연봉 감액 권고안’을 의결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연봉 3700만 원 이상 선수를 대상으로 시즌 잔여 4개월 급여 중 3600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의 10% 감액을 요청하는 권고안을 마련했다.

고통 분담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수들도 프로야구의 구성원으로서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염경엽(52) SK 와이번스 감독은 "강요할 순 없지만 선수단도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 연봉의 10%를 기부할 수 있다"며 고통 분담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수도권 B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위기의식이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선수들이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당장은 피해를 보지 않더라도 내년, 내후년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재정난이 가중되면 구단은 선수단 정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저연봉자인 2군 선수들과 베테랑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것이다. KBO, 구단, 선수협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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