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와 라건아, 타이거 우즈(왼쪽부터 순서대로). /연합뉴스, KBL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빅토르 안(35ㆍ한국명 안현수)과 라건아(31ㆍ미국명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두고 흔히 언급되는 게 ‘국적’이다.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러시아 귀화 선수인 안현수가 향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로 활동하게 됐다는 소식에도 어김없이 국적이 부각됐다.

현재 그는 러시아 국적을 가졌지만 한때 한국을 대표하던 ‘쇼트트랙 황제’였다. 한국 선수로 출전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2011년 국내 빙상계 파벌 논란에 휩싸이고 무릎 부상 탓에 시련을 겪다가 결국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로 귀화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선 러시아 대표팀으로 금메달 3개를 획득했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자국의 조직적 도핑 스캔들에 연루되며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이후 지난 4월 은퇴했다. 그를 향해선 “한국인이었다가 러시아로 귀화하더니 이젠 중국행이냐”란 비아냥이 나왔다.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의 라건아도 국적이 먼저 언급돼 온 선수다. 지난 2018년 1월 특별귀화를 했지만, 아직까지 온전한 한국 선수로는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9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프로농구 2020 현대모비스 서머 매치에는 ‘국내 선수’만 참가가 가능하다. 라건아는 국적법상으론 한국인이지만, KBL 규정상 ‘외국인 선수’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반면 일본에서 온 아시아 쿼터 1호 나카무라 타이치(23ㆍ원주 DB 프로미)는 국내 선수 샐러리캡이 적용돼 이 대회에 나설 수 있다.

안현수는 혈통상으론 순수 한국인이고 국적은 러시아다. 라건아는 순수 외국인 핏줄이지만 국적은 한국이다.

그렇다면 제목에 ‘타이거 우즈(45ㆍ미국)는 왜 거론했을까’란 의문이 들 수 있다. 우즈는 혈통상 혼혈이지만 국적은 미국이다. 아버지가 백인과 흑인, 인디언의 혼혈이고 어머니가 중국계 혼혈 태국인으로서 아시아계다. 안현수, 라건아와 같이 혈통과 국적 중 하나가 복잡하다. 하지만 우즈의 이런 이야기를 부각해서 쓰는 현지 언론이나 문제 삼는 현지인은 거의 없다.

안현수와 라건아의 출신지나 현재 주 무대가 한국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보다 선수로서의 기량만 평가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혈통이나 국적이 기량보다 부각되거나, 귀화했음에도 규정의 예외 사례로 놓이는 건 분명 이상한 맥락이다.

국내에선 유독 선수들의 국적과 혈통이 중요시되는 경향이 짙다. 스포츠 내셔널리즘이 지나치면 그건 ‘스포츠 정치’가 될 수 있다. 국적이나 혈통을 앞세우는 관행은 지양돼야 한다. 안현수는 ‘한국이라서’ 떠났고, 라건아는 ‘한국이라서’ 왔다. ‘한국’이라는 이름이 이들의 앞날에 부디 굴레로만 작용하지 않길 바란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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